이제 정말 졸업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언젠가는 국가고시를 치겠지, 라고 생각만 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내가 그 자리에 앉아 시험을 치고 있자니 감회가 새로웠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동안 공부했던 것이 무색하게 느껴질만큼 잘 해내지 못했다. 합불이 의미가 있는 시험이라기 보다는, 결국 줄을 세우는 시험이라 상대평가에 가까웠다.(합격만 해도 되는 사람도 있겠지만) 징글징글한 친구들 사이에서 내 자리를 버텨내고, 심지어는 더 올라가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분명 매일 공부했지만, 제자리 걸음을 하는 것처럼 느껴진 건 한참 전이었다. 다음 페이지를 넘어가면 그 전 페이지에 있던 것들이 까마득했고, 1권을 덮고 2권을 풀다보면 1권의 내용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다. 밑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그럼에도 앞으로 나아가다보면 더 잘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게 유일한 희망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지금 하고 있는 행동이 의미없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아서. 세상이 시끄러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공부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단순히 좋은 성적을 받는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다. 여기서 이렇게 하소연을 하고 있다고해서 나의 성적이 바뀌는 것은 더더욱 아닐테고. 이미 나의 성적은 오래전부터 정해져있을 지도 모르겠다. 어느 교수님이, "지금 공부한다고 성적 바뀌는 건 아니다. 너만 공부하겠냐?" 라고 했던 게 이제 와서 비수처럼 단단하게 박힌다. 그러네요 교수님. 저는 이것밖에 안되는 사람이었나봐요.
오늘까지만 한탄하고, 내일부터는 살 길을 찾아봐야겠다. 속에 있는 말을 내뱉을수록 더 우울해지는 것 같지만, 허탈함은 여기에 묻어두고, 개운함만 안고 가야겠다. 실기 준비를 바로 시작해야 해서, 더 생각할 시간이 없어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