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환자 실기에는 재밌는 항목들이 있다.
바로 상담파트인데, 술이나 담배에 의존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금연 금주 상담을 하기도 하고, 성폭력이나 가정폭력 피해자를 대상으로 문진하는 항목도 있다. 나쁜 소식 전하기(우리는 이걸 나소전이라고 부른다)라는 것도 있는데, 암을 선고한다던가, 에이즈 등 검사결과가 나쁘게 나왔을 때 환자에게 전달하는 걸 테스트한다. 거의 대본을 작성해서 상담에 임하게 되는데, 별걸 다 시험본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이렇게라도 해야 늘겠지 싶다. 말하는 것도 결국 연습이고, 특히나 나쁜 소식은 누구나 전달하기 어려운 내용이라 최대한 조심스럽게 전달하기 위해 고민이 필요하다.
대체로 사용하는 플로우는 SPIKES 라는 건데, 미국에서 만들어진 프로토콜이며
Setting (검사 이후로 몸은 어땠나요?)-
Perception (검사 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나요?)-
Invitation (혼자 들으시겠어요?)-
Knowledge (유감스럽지만, 결과가 xx합니다)-
Emotion (환자 감정 기다리기)-
Strategy (앞으로 어떤 치료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로 구성된다.
어떻게 보면 대화의 스킬이라고 할 수 있는데, 상담 파트에도 정형화된 ‘정답’이 존재한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다. 하지만 한편으로 우리는 안심하게 된다.
세상 모든 대화에도 이렇게 ‘정답’이 존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오늘 하루만 해도, 엄마에게, 외할머니께, 엄마 친구분께, 친구에게, 컨버스 직원에게,.. 수많은 사람에게 말을 걸면서 숱한 고민을 했다. 물론 대개는 깊게 생각하지는 않았다만, 순간 순간 나는 나뿐 소식 전하기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오늘의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