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국은 모두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 무난하게 이세돌 기사의 우승을 점쳤던 사람들이 많았고, 연이은 패배는 AI를 사람들에게 각인시키기 충분했다. 그렇게 몇 해가 지났고, 바둑계는 AI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AI와의 끊임없는 대국을 통해서 연습하고, 승패를 예측하기도 한다. 예전에는 전직 프로 기사가 다음 수를 예측했지만, 최근의 대국은 어느 위치에 몇 % 일지 계산을 통해 해설을 제공한다. 인간과 AI의 공존은 어쩌면 생각보다 이르게 우리 앞에 다가온 것 같다.
SBS에서 진행하는 AI와 인간의 대결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심리 분석 AI와 프로파일러 권일용 선생님의 대결이었는데, 5명 중에서 폭발물을 갖고 있는 범인을 찾는 미션이었다. 경찰을 마주쳤을 때 반응, 폭발물과 관련된 질문을 던졌을 때 표정, 대응 등 여러 상황에서 분석을 진행하는데, 결과는 무승부. AI와 인간 모두가 범인을 예측하는데 성공했다.
보는 내내 결과가 궁금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이 지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기계가 인간의 심리를 분석하다니. 바둑이나 다른 어떤 지식적인 면이 아니라, 인간의 전유물이라고 여겨지던 마음을 알아챈다는 게 참 무섭게 느껴졌다. 불쾌한 골짜기, 인간과 어느 정도 이상 유사하면 오히려 혐오감을 느끼게 된다는 건데, 로봇 뿐 아니라 좀비, 광대 등에도 적용될 수 있다. 우리와 다른 존재라는 데에서 오는 불안감과 두려움, 이런 감정들이 이미 내장되어 있는 것 같다.
AI의 발전속도는 우리의 상상 그 이상일 지도 모르겠다. 음악도 AI가 추천해주고, 내가 볼 다음 영상도 이미 AI는 알고 있다. 인간과 로봇의 전쟁은 꽤나 오래전부터 다루어진 소재인데,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어디까지 이루어진 것인지 모르겠다. 다음은 주식 투자로 대결하던데,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