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릿속에 있는 생각들을 잘 표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하루에 하나씩 글을 쓰는 것도 한 달이 훌쩍 넘었는데 내 생각들을 잘 정리해서 쓰고 있나 스스로에게 물어보면, 그렇지 못한 날들이 더 많은 것 같다. 나는 하나하나를 깊게 생각하는 사람이기보다는 다른 생각들을 많이 하는 사람인 것 같다. 하나의 일을 가지고 오랫동안 고민하는 건 힘들다. 그래서 어떤 상황이 있을 때 그걸 회피하기보다는 빠르게 해결하기를 원하는 것 같다. 갈등 자체가 지속되고, 그것에 대해 오래 생각하는 것이 어려워서 그래서 감정에 있어서 성급해지는 걸까. 가끔 사고칠 때를 생각해보면 '그냥 하지 뭐'라는 생각에서 시작된 것들이 많은 것 같다. 생각 자체를 빠르게 하려다 보니, 머릿속에서 잘 정리가 되지 않을 때도 많고, 말을 하면서 정리되고 깨닫게 되는 감정들도 많다.
어젯밤에 자기 전에 봤던 영상에서 '화'라는 감정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일단 그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단순히 그 장소를 벗어나서 뛰거나 걷는 것만으로도 우리 뇌는 그 상황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하고, 감정이 가라앉는다고 설명했다. 나는 늘 나의 불같은 성격을 싫어하면서도 어떻게 바꿔야 할지에 대해서 깊게 고민해보지 못했다. 이 또한 내가 오랫동안 한 가지를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일까. 늘 바쁘게 무언가를 하고 있는 것이 익숙했고, 시간을 그냥 보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생각'하는 것 또한 시간이 필요한 일인데, 나는 그 생각하는 시간을 스스로에게 충분하게 주지 못하나 보다.
글을 쓰는 시간을 생각해보면 30분을 넘는 날이 많지 않았다. 그냥 앉아서, 무엇에 대해 쓸지 잠깐 떠올려보고, 그 후로는 그냥 생각나는 대로 키보드를 두들겼다. 작가들은 한 문장을 가지고도 며칠씩 고민하는 경우도 많다고 하던데, 빨리 글 쓰고 자고 싶어서, 글 쓰고 또 다른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암묵적으로 나에게 30분 이상의 시간을 배정하지 못했다. 물론, 그냥 오래 노트북 앞에 앉아있다고 해서 좋은 글이 나오고, 깊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스스로에게 이미 한계를 짓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빨리빨리, 모든 걸 속전속결로 끝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닌데, 시간이라는 한정적인 자원 앞에서 계속 나를 채찍질했다. 헤어짐의 슬픈 감정도 빨리 해결해야 하고, 그래서 빨리 울어 없애야 하고, 내가 해야 할 일을 방해하는 그런 감정들에게서 벗어나려고 노력했다. 나는 나의 감정에 충분한 시간을 주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냥 이렇게.. 흘러가듯이 감정을 떠밀려 없애는 것이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