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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일지

NS 1일차

 돌아온 실습 첫날. 굉장히 열심히 산 것 같은데, 막상 뭘 했냐고 물으신다면 많은 걸 했다고 할 수는 없다... 코로나 사태로 인하여 실습이 조금은 편해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원래는 모든 학생이 8시 30분에 모여서 체온을 체크한 이후로 실습이 진행되는 것이었는데, 내가 돌고 있는 신경외과는 그냥 오전 7시 30분부터 일정이 진행되는 거로 확정되었다. 물론 체온 체크도 출근 이전에 반드시 진행하는 것으로... 학생들에게 너무나 관심 많은 과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내가 힘들었던 건, 그 모든 것이 확정날 때까지 내가 조장 노릇을 해야만 했다는 사실이다. 아침부터 모든 선생님께 출근 문자를 보내고, 일정에 대해 말씀드리고 찾아뵙고 전화받고... 실습의 첫 주차는 모든 사람에게 처음이기 때문에 맞춰가야 하는 것이 참 많다. 특히 지금처럼 상황이 어지러울 때는 더 그렇다.. 그렇게 하루 종일 긴장하고 있다 보니 더 빨리 지친 것 같다.

 오랜만에 나간 병원은 놀랍게도 변한 것이 별로 없었다. 새로운 인턴 선생님들이 일을 시작했고, 레지던트 선생님들도 각각 연차가 올라갔기 때문에 안보이던 사람이 보이고, 보이던 사람이 병원을 떠나긴 했다. 하지만 모든 자리는 누군가에 의해서 대체 되었고, 그렇게 병원은 아무 일 없다는 듯 굴러가고 있었다. 나도 아주 오랜만에 수술방을 들어가게 되었지만, 어색함을 느끼기도 잠시 바로 집중할 수 있었다. 특별한 걸 하는 건 아니지만 수술 보조를 하는 기회를 얻게 되어서 수술을 아주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오늘 수술은 이전에 뇌경막하 수종(subdural hygroma)로 인해 두개골을 열어놓았던 환자에게 다시 뼈를 덮어주는 수술이었다. 무시무시한 수술이다. 웬만해서는 깨지지 않는 이 머리를 일부러 깨고, 그걸 다시 덮어준다니. 심지어 이전에 떼어놓은 두개골을 보관하고 그걸 다시 심어주는 거였다. 생각보다 출혈이 많은 수술이었고, 굉장히 거칠게 진행되었는데, 무슨 전동드라이버 같이 생긴 걸로 뼈를 고정했다. 그렇게 하면 뼈가 다시 연결된다니... 인체의 회복능력이란 정말 무서울 정도이다. 다만, 환자분의 의식이 오늘 한 수술로 인해서 조금이라도 나아지셨으면 좋겠다. 뇌는 개복치처럼 참 여린 것 같다. 그래서 어렵다. 신경외과 하는 분들은 정말 존경스럽다.

 퇴근을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또 응급 수술이 잡혔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신경외과는 정말 아무나 하는 과가 아닌 것 같다.. 일어나지 않으면 좋겠지만 사고는 지금 이 시간에도 어디에서 일어나게 되고, 머리를 다친 사람들은 그 "골든타임"이 지나기 전에 반드시 치료해야 하기 때문이다. 창문 밖에서 앰뷸런스 소리가 더 날카롭게 들리는 것 같다. 별일 아니었으면 좋겠다. 모두가 건강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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