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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일지

lab

 

 어제의 연속이긴 하지만 사람 일은 정말 알다가도 모르는 것 같다. 어제는 멀쩡해보였던 사람이 오늘은 아파한다. 이유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정말 종교의 힘을 빌려야만 설명할 수 있는 걸까. 어제만 해도 상태가 호전되어 퇴원하고 싶다고 말했던 환자 분이 오늘은 숨쉬기를 힘들어 하셨다. 코로나19로 인해 건강했던 40대가 하루 아침에 죽은 채로 발견이 됐다. 나는 그걸 견딜 수 있을까. 다시 또 죽음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아무 것도 아닌 나 자신을 발견하는 것 같다.

 

 담당 환자 분은 중환자실을 갔다가 일반 병실로 이실하신 분인데, 상태가 매일 호전되는 것 같았지만 흉부 CTlab (혈액검사나 다양한 검사를 우리는 보통 laboratory data 줄여서 lab data라고 부른다.) 수치가 나빠지길래 바로 치료 약제를 변경하였다. 그런데 오늘 환자 분의 상태는 다시 안 좋아졌고, 결국 또 다른 검사를 진행하기 위해 중환자실로 다시 내려가게 되었다. 처음은 단순한 인플루엔자로 시작했는데, 이것이 폐렴으로 진행되고, 다른 원인에 의해 중복감염이 이루어졌다. 눈으로 보이지 않는 그 작은 것들이 사람을 괴롭힌다. 멀쩡히 걸어다니는 사람도 일어나지 못하게 만든다. ‘호흡곤란이라는 증상은 얼마나 무서울까. 잠깐 숨 참는 것도 힘든데, 숨 쉴 때마다 불편하다면 견딜 수 없을 것 같다.

 

 결국 코로나19로 인해 실습이 중단되었다. 내 삶의 유일한 낙과 같은 시간이었는데.. 텅 빈 시간들을 어떻게 채워야 할지 모르겠다. 남아있는 공간만큼 내 마음도 비어있다. 이게 다 새벽이라는 시간 때문일거야. 그 와중에 찾아봐야지. 나를 채워줄 수 있는 무언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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