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100명의 동기가 있다. 한 학년 당 정원은 86명? 정도인데, 의대에는 유급이라는 제도도 있고, 각자 다양한 사정으로 인해 우리 학년에 많은 사람들이 모이게 되었다. 그렇다 보니 이야기를 별로 나눠보지 않은 동기들도 몇 있다. 지금 말을 안 한 거라면,, 아마도 앞으로 평생 그 친구들과 말할 기회가 별로 없겠지. 그렇다고 찾아다니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는 없으니..
그럼에도 하루에도 최소 10명 이상의 동기들과 스쳐 지나간다. 100명이 하루에 한 번쯤은 들리는 학생 휴게실이 있는데, 거기에 앉아있다 보면 정말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가고, 각자 자기 할 일을 하고 있는 걸 볼 수 있다. 정말 다양한 유형들이 있는데, 앉아서 하루 종일 휴대폰 게임을 붙들고 있는 친구들도 있고, 그 시끄러운 와중에 본인 공부를 하는 친구도 있고, 몇 친구들과 하루 종일 떠들고 있는 친구들도 많다. 각자가 각자의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 이렇게나 다양하다. 그리고 나는 사실 특별한 일이 있지 않은 이상 휴게실을 잘 안 간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있는 게 불편하기도 하고,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까지 듣는 게 너무 감정 소모가 되고, 기가 빠지는 기분이 든다. 특히 실습을 하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생기고, 다들 그렇게 휴게실에 내려와 어떤 사건이 있었고, 하면서 실수를 한 친구를 까내리기도 하고, 스스로를 자책하기도 하고 그런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험담의 장이 열리는 곳이 휴게실이다. 그 사실이 조금은 불편하다. 그렇게 다들 스트레스를 풀고 하겠지만, 100명이라는 사람이 많은 것 같으면서도 참 좁다. 몇 다리 건너면 내가 한 말이 다르게 전해지기도 하고, 내용이 완전히 바뀌는 일도 허다하다. 말을 아껴야 해. 애들이 참 남의 일에 관심이 많다.
오늘은 오랜만에 만난 동기와 치맥 한잔 하면서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본인의 성격이 변해가는 게 싫어서 앞으로의 진로를 어떻게 할 지 고민이라고 했다. 본과 4학년이 되다 보니 보통 동기들을 만나면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 어느 병원으로 인턴을 가거나 어떤 과를 선택할 것인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선택은 언제나 힘든 것 같다. 가장 나다운 과를 선택하는 것도 어렵고, 나를 가장 잃지 않는 과를 선택하는 건 더 중요하면서도 어렵다. 각자의 가치관이 다르고, 각자 좋아하는 게 다르고, 그렇게 다른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내가 원하는 것이 더 명확해질 때도 있으면서 흐려질 때도 많다. 오늘은 조금 흐려진 것 같아 큰일이다..
흉부외과는 나와는 조금 먼 세계인 것 같다. 내일까지 하면 조금 달라지려나? ㅎㅎ 졸리니까 급하게 마무리해야징 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