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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일기

리퀘스트 2일차

두 번째: 스트레스받을 때 어떻게 푸는지 궁금해요

 

  아침에 일어나서 병원, 그렇게 병원에 있다가 운동을 가거나 아니면 공부를 하거나. 새로울 것 하나 없는 단조로운 일상이지만, 스트레스는 쌓여만 간다. 사람들을 아예 마주치지 않는 것도 아니기에, 사람에게서 받는 스트레스도 있고, 그냥 혼자 가만히 있다가도 이상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서 스트레스가 되어 돌아오기도 한다. 근데 일상이 단조롭다 보니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이렇다 할 새로운 동선이 추가되는 일은 흔치는 않은 것 같다. 예전에 트레이너 선생님이 스트레스받을 때 많이 안 먹냐고 하길래, 그럴 때도 있지만 아무것도 먹고 싶지가 않을 때도 있다고 했더니 그럼 어떻게 푸냐고 했다. 그때부터 나의 고민은 시작되었다.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까.

 

  내가 나름대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 하는 행동 몇 가지를 생각해 보았다. 갑자기 바깥으로 나가서 달릴 때도 있고, 코인 노래방에 혼자 가서 신나게 소리지르면서 노래 부르기도 하고, 어떤 날은 갑자기 혼자 사치 부리겠다고 나가서 맛있는 음식과 맥주 한 잔을 먹기도 하고.. 대체로 무언가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것 같다. 가만히 앉아서 영화를 보거나 드라마를 보는 일은 어떤.. 휴식이라는 생각보다 가만히 허공에 떠도는 시간을 채우기 위해 하는 일 중에 하나라고 해야 하나... 물론 보고 싶은 드라마, 예를 들자면 오늘처럼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꼭 본방사수를 하기 위해 내려오는 눈꺼풀도 붙잡은 채 보고 있지만 그 이외에는 그냥... 할 게 없어서 보는 느낌인 것 같다. 예전에는 스트레스받을 때 혼자 영화 보러 자주 갔던 것 같은데, 이놈의 동네는 영화관 접근성이 굉장히 떨어져서... 그마저도 쉽지 않게 되었다.

 

  나는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취미생활을 하면서 극복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새로운 취미 생활을 반드시 만들어야 할 것만 같은 강박이 있었다. 그러면 조금 더 생산적인 일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게 아닐까 싶어서.. 정신과에서는 이걸 '방어기제'라고 표현하는 것 같은데, 거기서 말하는 성숙한 방어..의 방식으로 나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 유머를 사용해서 내 힘듦을 극복해내고, 뭔가 다른 에너지로 나의 불안을 승화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스트레스받을 때마다 같은 행동을 한다면 그게 또 나의 강점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나는 그렇게 부지런한 사람이 못되었다. 뭔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극복하는 방법이 같다면 내 감정을 잘 다스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쉽지가 않다.

 

  최근에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가장 많이 쓰는 방법은 FLEX 였다! 하하. 예전에 일기로도 여러 번 썼던 것 같은데, 힐링은 돈이라고,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나를 위해 쓰는 돈을 아깝지 않게 생각하고 지르는 걸로 스트레스를 해결했다. 물론 남은 건 텅장이지만.... 지금 당장 내가 돈을 벌고 있지도 않은데, 스트레스를 받으면 '나한테 이 정도도 못써?!' 하는 생각에 일단 사버린다... 뒷감당은 미래의 나에게 맡기며 말이다. 돈은 한정적인 자원이고, 이렇게 되면 정말로 내가 돈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을 때 더욱 절망감에 빠질 것 같다.

 

  다른 친구에게 스트레스를 받으면 어떻게 하냐고 물었더니, 나는 스트레스를 잘 안받아..! 라는 답이 돌아왔다. 아 결국 정답은 이거였을까?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해결하는 방법을 찾기보다, 애초에 스트레스를 잘 안 받는 방법을 찾아야 했던 것인가! 한 대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로다... 하면서 그냥 모든 감정들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보내면 스트레스를 안 받게 될까... 스트레스에 대해 고민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가 되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은 또 어쩌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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