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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일기

리퀘스트 3일차

세 번째 : 내가 좋아하는 것

Raindrops on roses and whiskers on kittens
Bright copper kettles and warm woolen mittens
Brown paper packages tied up with strings
These are a few of my favorite things 🎶

가사도 잘 모르는 채 흥얼거리는 노래였지만 오늘만큼은 꼭 가사를 찾아서 써보고 싶었다. 천둥 치고 무서운 날씨에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 하나씩 외치면 그 두려움은 사라질 거라는 귀여운 곡. 그저 자기가 좋아하는 사소한 것들을 나열했을 뿐인데, 듣는 사람마저 가사를 보는 사람마저 미소짓게 만드는 힘은 ‘좋아한다’ 라는 말에서 오는 따뜻함 때문이 아닐까? 그러니까 나도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자그마한 것들에 대해서 말을 해봐야겠다.

나는 아침 해가 뜨는 걸 보는 것이 좋다. 해가 뜨기 전에 차가운 공기, 그리고 새벽에 나는 냄새마저 좋다. 내가 건강해지는 느낌, 그리고 상쾌한 기분! 예전부터 아침 햇살이 사라락 드는 곳에서 잠이 깨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요새는 나의 아침잠을 방해하지 않는 방향이 좋은 것 같기도 하고... 이건 어떤 게 좋을지 조금 더 고민해봐야 겠다.

우리집 앞을 들어설 때면 가끔 자기집인양 앉아있는 고양이들이 너무 예쁘다. 나는 시장 근처에 있는 자취방에서 살고 있어서 주변 건물들의 층고가 낮은 편이고, 그래서 우리집이 다른 건물로 이동하는 고양이들만의 통로가 된다. 내가 문을 열면 고양이들은 ‘인간이 왜 거기서 나와?’ 하는 표정으로 나를 본다. 나는 그냥 우리집을 들어왔을 뿐인데! 너를 괴롭히려고 하는 게 아닌데! 지레 겁먹고 조금씩 도망가면서 뒤돌때면 역시.. 나만 고양이가 없는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중에 여건이 되면 꼭 집사 해야지... 기꺼이 나의 지갑을 바쳐야지...

우연히 라디오에서나 알 수 없는 유투브의 알고리즘을 따라서 예전에 즐겨듣던 노래가 다시 들리면, 너무 반갑고 행복하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몇 노래에서는 그 노래를 듣던 그 상황이 같이 담겨있을 때도 있고, 그 때의 나의 기분이 담겨있기도 하다. 예컨대 케이윌의 love blossom을 들을 때면 아주 옛날 면회하러 갈 때의 설렘과 기차에서의 풍경이 기억난다. 그때는 참 행복했는데, 하면서 다시 미소짓게 되는. 사람들은 행복했던 기억들로 힘듦을 버티고 살아간다고 하던데, 그 안에서도 음악의 역할은 참 중요한 것 같다. 그 공간의 공기를 채워주는 느낌... 행복한 기억의 음악들이 더 쌓여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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