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세계의 충격적인 결말 때문이었는지, 어제 늦게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더니 하루 종일 기운이 없었다. 오늘은 아는 교수님이 계시는 춘천에 있는 절에 다녀왔는데, 가는 길에도 돌아오는 길에도 거의 정신없이 잠만 잤던 것 같다. 푹 쉬는 것도 아니고, 공부를 열심히 한 것도 아닌 어영부영 연휴를 보내버렸다. 사실 그냥 이렇게 시간이 흐르기만을 기다린 걸지도 모른다. 나는 어디 놀러 갈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그럴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할 일이 아무것도 없는 시간은 무료하게 흘러간다. 하루 종일 공부하는 사람들이 정말 존경스럽다... 해야 하는 걸 알면서도 못하는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계획을 세우지 않는 사람의 한계란 이런 것일까.
나의 이런 마음에 위안을 주는 책이 있었는데, 제목은 확실히 기억나지 않지만 대충 공부하기 싫은 사람들을 위한 책 비스무리한 제목이었다. 내용을 살펴보니 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일단 공부를 싫어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거였는데, 공부가 지루해진다면 장소를 바꾸고, 나만의 공부 장소를 만들고, 몰래 공부하는 그런 재미를 느끼라는 거였다. 오죽 공부하기 싫은 사람들이 많으면 이런 책이 만들어졌을까, 그러면서도 그 책을 읽고 공감하는 나도 웃기고 슬펐다. 계획을 세우고 무언가 압박이 있는 상태에서 공부하는 건 최상의 집중력을 만들어 줄 수는 있겠지만 공부를 하기 싫게 만든다.라는 나의 지론을 이 책이 허락해주었다. 하하. 시간을 마구 흘러 보내는 것도 좋지 않지만, 그저 할 수 있는 한 꾸준히 하는 것이 장기전에 더 적합한 공부 방법이 아닐까? 나도 알고 있다. 그저 내가 공부하지 않은 시간들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고 있다는 것.. 뭐, 오늘 안되면 내일부터 또 열심히 하면 되지. 괜찮다.😊
오늘 굉장히 신기한 일을 경험했는데, 절에 갔다가 어떤 분이 파동성명학을 공부하고 계시다면서 나의 이름을 풀이해주셨다. 신기하다고 해야할 지, 신비롭다고 해야 할지. 아무튼 나의 이름은 기운이 조금 세서 칼잡이를 하면 좋을 것이고 (의사라면 외과의사..?) 돈이 잘 모이지 않는데, 수중에 돈이 아예 없는 건 또 아니라는 그런 사주였다. 애초에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살지는 않았는데, 물론 돈이 있으면 좋겠지만, 돈이 사주에 별로 없다고 하니 부모님께서 심각해지셨다. 그러더니 이름을 새로 지어달라고, 이름 바꾸면 조금 나아지는 거 아니냐고 하시는 것 아닌가. 지금까지 내 이름으로 멀쩡하게 잘 살아왔는데, 하루아침에 이름이 바뀔지도 모르겠다. 근데 나도 웃긴 게, 지어주는 이름을 한 번 들어보고 결정할까 싶다. 사람들을 보면 정말 지극히 나의 생각이지만 이름이 잘 어울리는 사람이 있고, 잘 어울리지 않게 느껴져서 몇 번을 들어도 잘 외워지지 않는 이름이 있다. 파동성명학이니, 그런 이론에서 나온 것은 아니고 결국 내가 여태 만나온 사람들의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만들어진 편견 같은 거겠지. 근데 나는 항상 내 이름이 조금 어색했다.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나를 내 이름 그 자체로 불러준 경험이 별로 없어서일까? 그렇다고 진짜 이름을 바꾼다고 하면 그보다 더 어색한 것은 없겠지만, 사주를 믿는 것도 아니지만 인생 한 번 살면서 이름도 바꿔보고 하는 것도 재밌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이런 내가 신기하고 기가 막히지만 뭔가 기대도 된다.😋 별로라면 단박에 거절할 거지만.
내일부터는 이비인후과 실습이 시작된다. ENT는 수업을 들을 때부터 나는 못가겠다고 생각한 과 중 하나인데, 이상하게 비강 내시경, 그러니까 코로 집어넣는 내시경 사진이나 영상을 보면 비위가 너무 상한다.. 약간 점막 구조를 잘 못 보겠다고나 할까. 근데 정말 똑똑한 사람들이 가는 과라고 생각한다. 코도 그렇고 귀도 그렇고, 조그마한 게 굉장히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고, 우리 몸의 다른 장기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꼭 일찍 잠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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