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이자 입하(立夏). 벌써 여름이구나. 여름을 알리듯이 오늘 날씨는 꽤 더웠다. 조금 움직였더니 땀이 주르륵. 아침은 비도 살짝 내리고 구름이 껴있더니, 바로 해가 쨍쨍했다. 올해 여름은 역대 가장 무더운 여름이 될지도 모른다고 하던데, 벌써부터 이렇게 더우면 어떡할는지. 요 며칠 집이 너무 습하고 더워서 혼났다. 작년 여름도 같은 집에서 보냈었는데, 한낮에는 에어컨을 켜도 해결이 안 될 정도로 더워서 무조건 바깥으로 피신하곤 했었는데, 그걸 또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땀이 흐르는 것 같다. 작년에는 병원이 시원해서 그나마 잘 버텼는데, 다음 달 말이면 실습이 끝나서 온전히 그 여름을 맞이해야 할 것을 생각하면 아찔하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큰 걱정은 없다. 어떻게든 시간은 흘러가겠지, 지나다 보면 또 너무 추워서 여름을 기다리는 때가 오겠지 라는 생각.
글을 잘 쓰는 사람의 글이 읽고 싶어서 찾던 중 지금 읽고 있는 책은 허지웅의 [나의 친애하는 적] 이다.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 끝에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을 가장 친애하는 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친애하는 적. 약간 애증의 관계 같은 느낌일까. 내가 소중하게 생각했던 사람이 생각보다 나를 그만큼 생각해주지 않은 경우도 많았고, 멀어지고 싶은 사람인데 계속 주변에 맴도는 경우도 많았던 것 같다.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하는 것이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말하는 것 같아 공감이 갔다. 결국에는 다 개인의 영역이 있을 거다. 알면서도.. 그 외로움을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어려운 것 같다. 나의 영역 안에 혼자 서있는 건 당연한 일인데, 뭐가 그렇게 힘든지.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정현종- [섬]
이 시처럼, 나는 끊임없이 섬 주변을 맴도는 것 같다. 무슨 애정결핍인가. 마음의 양식을 열심히 쌓아 봐야지.
허지웅의 글을 읽다보면 참 신기하다. 문장이 긴 것 같은데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고, 구어체 같으면서도 문어체 같은 느낌. 더 놀라운 건 정말 다양한 주제의 글이 쓰여 있다는 점이다. 지난 80일 동안 매일 글을 써왔지만, 거의 대부분 일기와 다름없는 글이었고, 나의 진로에 대한 고민들이 많았지 어떤 것에 대한 철학적 고찰 같은 글은 없었다. 매일 생각은 하고 있는데, 그 생각의 깊이는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다행히도, 이제는 내 진로에 대한 조금의 결정은 내렸지만 말이다. 허지웅처럼 영화 하나를 보더라도 어떤 주제를 가지고 그 영화를 풀어낼 수 있고, 뭐 하나를 좋아하더라도 그의 스타워즈 사랑만큼 깊게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은 들지 않는다. 마치 소설 속의 인물을 보듯이 책을 읽고 있는데, 이 책의 결론이 어떻게 될지 참 궁금하다. 나도 나를 잘 모르는데, 한 사람의 모든 것을 안다는 건 신도 할 수 없는 일 아닐까. 끝까지 재밌게 읽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