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5월이네. 4월의 첫날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또 5월이다. 시간이 참 안 가는 것 같은데 정신 차리고 보면 나를 놀리는 것처럼 지나있다. 이제는 좀 무섭기까지 해. 이러다보면 어느새 올해 말, 그렇게 또 일 년이 지나갈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다행인 건 오늘도 나는 열심히 살았다는 것. 적어도 어제보다는 조금 나은 내가 되었다는 것. 나 스스로는 그렇게 믿어보고 싶다.
오늘은 긴 연휴의 시작이었다. 물론 나는 어디 놀러가지는 못하고 가만히 있었지만, 주변의 공기가 달라지는 것을 느끼기에 충분한 날씨였다. 바람도 적당히 불고, 한낮에는 꽤 더웠을 것 같은데, 이미 눈을 떴을 때 해가 중천이었다. 조금 늦게 시작한 하루였지만 이게 쉬는 날의 묘미 아닌가! 요 며칠의 피로가 조금은 가라앉은 기분이었다.
하루종일 이리뛰고 저리뛰고, 오늘 하루의 마무리를 위해 tv 앞에 앉았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본.방.사.수 해야했기 때문에! 슬의는 진짜.. 찐이다. 내가 겪은 병원 생활은 아주 일부분에 불과하고, 그저 관찰만 할 수 있는 실습학생 나부랭이지만, 나의 짧은 지식으로 보아도 정말 현실같은 드라마인 것 같다. 물론 유연석 같은, 조정석 같은, 전미도 같은, 이렇게까지 말해야하니 다 말해야할 것 같은데, 김대명같은, 정경호 같은 그런 의사들은 본 적이 없긴 하지만, 좋은 사람들은 분명 존재하고, 훌륭한 의사 분들도 있기에 정말 현실에 없는 의사라고 말하기는 그렇겠다. 아무튼 오늘도 밥먹는 것도 잊은채로 푹 빠져서 봤다.
오늘은 산부인과 2년차 레지 추민하 선생님의 이야기가 많이 나왔는데, 동기는 도망가고, 일은 쌓이고 매일 당당당당직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채였다. 수련은 누구에게나 힘든 일이기에 실제로 그만두는 사람들도 있다. 레지던트 후기 모집을 하는 병원들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정도니까... 그런 상황에서 힘듦을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위로가 될까. 일을 한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고, 내가 맡은 바를 다하는 것 뿐이지만 그렇다고 힘들지 않은 건 아니니까. 누군가가 그것도 교수님이 레지던트인 나에게 양석형 교수처럼 ‘너는 정말 훌륭한 의사가 될거야’ 라고 말해준다면. 나는 그 한마디로 평생을 일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전에 내가 잘해내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겠지만 말이다.
드라마를 보면서 KMLE 국시준비서도 다시 한 번 들춰보게 되는데, 오늘은 전치태반을 복습했다.(이래서 내가 슬의를 못 끊는다니까,, 나를 공부시키는 드라마야) 책에서만 봤던 내용이 눈으로 들어오니까 전치 태반이라는 게 얼마나 위급한 상황인지 절로 깨닫게 되었다. 내가 보는 문제 속에서는 ‘몇 주 산모가 배가 아파 병원에 왔다. 갑자기 많은 양의 질출혈이 있다.’ 라는 말로 설명되는 상황이 이렇게나 위급한 것이었다니. 산부인과도 응급 상황이 있는 과라서 쉽지 않다고 듣기만 했지 이정도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역시 아무나 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닌 것 같다.. 그리고 분만도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그치만 공부를 할수록 무언가 욕심이 생긴다. 더 많이 알고, 더 열심히 공부해서 더 많은 환자를 살리고, 그렇게 살고 싶다는 마음이. 극중 추민하처럼 나도 생명과학과를 전공하면서 이렇게 공부하나 마찬가지인데 조금 더 사람에 가까운 걸 공부할래 하면서 의대에 도전하게 됐는데, 후회하지 않는 선택이 될 수 있게, 그렇게 또 만들어 나가야지. 오늘도 역시나 다짐하면서 오늘의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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