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사진 찍는데 같이 가줄거지?
라고 했을 때 좀 더 자세히 알아봤어야 하는건데. 웨딩촬영 도우미라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걸 그 때는 몰랐다. 뭐, 내가 한 건 거의 없지만 사진 촬영이 이렇게 길게 진행되는 것인 줄은 몰랐다. 갈아 입어야 하는 드레스만 몇 벌이고, 그 때마다 헤어, 귀걸이 등 연출을 바꿔야 했고, 제일 힘들었던 건 날씨였다. 그렇게 매일 날씨가 좋더니,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 촬영날만 비가 오는 건 뭐람.. 언니는 스튜디오보다 야외 촬영을 더 선호했었는데, 원하는 샷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기적같이 비가 소강되는 때가 있어 촬영을 할 수는 있었지만 일생에 한 번 뿐인 촬영을 비가 오는 날에 한다는 건 조금은 슬픈 일이다. 하지만 별 수 있는가. 비가 오고 천둥 번개가 쳐도 웨딩 촬영 일정을 바꾸는 건 더 힘든 일이다. 드레스 샾에 위약금을 내야할 수도 있고, 언니도 주말이 늘 있는 직업은 아니라 이래저래 그냥 계획대로 진행되었다. 결혼이라는 게 정말 쉽지 않은 일인 것임을 또 한 번 느꼈다. 인생은 Birth와 Death 사이에 있는 Choice로 만들어지는 것이라 했는데, 그 수많은 선택 중 절반은 결혼을 준비하면서 이루어지는 게 아닌가 할 정도로 선택해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나는 결정정애 때문에 결혼을 하지 못할 수도....?
스튜디오를 가면서 웨딩촬영 도우미를 했다는 사람들의 후기를 몇 개 읽어보았다. 다들 친한 친구나, 가족들인 것 같았다. 촬영 중간 중간 촬영 중인 신랑 신부를 찍어주고, 먹을 걸 챙겨주고, 오늘 같이 비오는 날에는 우산도 씌워주고 하는 것 같았다. 다들 촬영을 보면서 진짜 결혼하는 구나 하고 실감했다고 했다. 나도 그럴까, 어떻게 도와줘야 할까, 고민을 안고 촬영장으로 향했는데, 막상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평소에도 모든 일이 좀 무덤덤한 편이라서 그런가, 그냥 찍는 구나, 언니 예쁘다 이런 생각을 했지 아, 언니가 진짜 결혼을 하는 구나, 하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러다가 나중에 씨게 감정의 후폭풍을 안을 지도 모르겠다. 너무 옆에 있으면 그 소중함을 알기 어렵겠지. 그래도 식장에 들어서는 그 날까지도 실감나지 않을 것 같다. (울지나 않으면 다행이지.)
촬영은 끝났으나 이제 또 선택의 순간들이 한아름이다. 사진도 골라야 하지, 계속 수정해야 하지, 청첩장도 만들고 또 연락 돌리고 사람들도 만나고...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일인데 이렇게 해내는 것도 대단하다. 나도 언젠가는 결혼이라는 걸 하게 될까. 낯간지럽다. 언니의 결혼생활을 지켜봐야지. 응원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