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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일지

안과!

너무 더워서 올 여름도 덥겠구나, 싶었던 것도 잠시 또 추워졌다. 날씨가 참 변덕스럽다. 이러다가 금방 더워지겠지. 어른들 말씀대로 윤달이어서 날이 아직 안 풀린걸까나. 절기는 참 신기하면서 과학적인 문화인 것 같다. 잘은 모르지만.

오늘은 안과 실습 2일차였다. 외래 참관을 하게 되었는데, 교수님 파트가 안구의 부속기관이어서 눈 자체의 문제보다는 눈꺼풀이나 눈물샘, 안와(orbit, 안구가 들어가있는 공간)에 불편함이 있는 환자들이 대부분이었다. 흥미로웠던 점음 갑상선 안병증으로 고생하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고, 젊었다는 것이다. 갑상선 안병증이란 갑상선 질환, 대부분 갑상선항진증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일부에서 자가면역질환이 발생해 눈꺼풀 올림근 등 안구 주변의 근육이 비대해져서 눈이 튀어나온 것처럼 보이거나, 눈이 튀어나와서 심할 경우 복시, 사물이 두 개로 보이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 병이다. 방송인 서유리 씨가 이 병을 앓았다는 것이 알려져 사람들도 잘 인식하고 있는 병이다. 자가면역 질환이기에 치료라는 게 쉽지가 않은데, 스테로이드 주사를 통해서 면역을 잠시 동안 억제하는 방법이 있지만 일시적인 방편일 뿐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대부분은 대증적인 치료를 통해 저절로 가라앉기를, 우리 몸이 버텨내기를 바라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조금씩은 나아지시는데, 오늘 환자분들을 직접 보니 낫는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1년 6개월 정도를 기다려도 나아지지 않는 분들은 결국 안와감압술이라는 수술을 하게 되는데, 안구 주변에 위치한 뼈를 깎아서 안구가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터주는 수술이다. 꽤나 과격한 수술이긴 한데, 눈이 튀어나오면 양 눈의 크기도 다르고, 일상생활을 하는 데에 지장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기에 수술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눈이라는 게 사람의 인상을 좌지우지 하는 장기라, 나도 만약 환자라면 수술을 택할 것 같다. 실제로 수술하신 분들의 만족도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역시 안과는 신기하다.

안과의 특징 중 하나는 정말 모든 연령층이 다 온다는 거다. 모든 과가 다 그런 것 같지만 사실 들여다보면 대부분 어리거나 어르신 분들이다. 근데 안과는 사시나 약시가 있는 아이, 덧눈꺼풀 등이 있는 아이부터 시작해서 시력이 나빠져서 온 청소년, 어디 다쳐서 오는 젊은 사람들, 오늘 본 갑상선 질환, 그리고 나이드신 분들은 눈에 노화가 오기 때문에 백내장, 녹내장으로 내원하신다. 우는 아이, 귀가 잘 안들리시는 어르신 분들, 그리고 안내하는 간호사 선생님들.. 모든 사람들이 한데 모여 마치 시장통처럼 외래 진료실 복도가 바글바글 하다.

교수님 외래를 구경하며 앉아있다 보니, 어렸을 때 안과에 다녔던 경험이 떠올랐다. 어제도 말했지만 사시 때문에 다니게 되었는데, 수술 후 경과 관찰을 위해 외래를 몇 번 갔었다. 그 때도 오늘처럼 정신없는 대학 병원이었는데, 정말 3분도 채 안되는 시간동안 진료를 하기 위해 몇 시간을 병원에서 보내야만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요즈음에는 병원 시스템도 많이 좋아져서 접수 후에 대기할 동안 휴대폰으로 알림이 오기도 하는데(물론 아닌 병원이 더 많다) 그 때만 해도 계속 앞에 앉아서 기다려야 했다. 그 뿐인가, 의약분업 전이어서 약을 타려면 병원 내 약국에 접수를 하고 또 기다리고... 지금와서 또 깨닫는 거지만, 부모님께 늘 감사드려야 한다. 사시 수술 후에 경과를 보는 건 사실 정말 잠시 뿐인데, 더 해봐야 시력 측정 해보고 좋아졌네요, 괜찮네요 하는 것이 다인데 그 시간 때문에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 한다니... 병원에 앉아있다보면 한 의사에게 오는 환자는 수 백 수 천인데, 그 환자는 그 의사 하나 뿐임을 보게 된다. 잘 해드려야지, 이렇게 또 다짐하게 된다.

아쉬웠던 건 나의 체력이었다. 어제도 잠을 잘 이루지 못해서 오늘 통 아무 일에도 집중하지 못했다. 내일은 부디 오늘보다 낫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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