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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일지

신경외과 손!!

  일주일 간의 신경외과 실습이 끝이 났다. 아침부터 참 정신이 없었다. 없는 줄 알았던 케이스 발표가 결국 진행되었고, 오전에도 수술을 오후에도 수술을 참관했다. 들어가지 않아도 됐지만 어제 말했듯이 아쉬워서. 그래서 그냥 들어갔다. 오전 수술은 3시간 30분. 오후 수술은 5시간. 나는 아직 학생이기 때문에 수술의 처음부터 끝까지 참관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계속 서서 보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척추 수술을 보고 있는 나도 오래 서있으면 허리가 아픈 사람이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내가 환자로 누워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을 때도 가끔 있었다. :-/

  오후 수술은 또 스크럽을 설 수 있었다. 스크럽을 서면 손을 씻고, 가우닝(멸균 가운을 입고)을 하고 거의 완전무장을 한 상태로 환자를 가까이서 마주하게 되는데, 내가 할 일은 정말 초등학생도 배우면 할 수 있는 그런 간단한 일들이지만 수술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놓칠 수 없는 기회다.. 책으로만 보았던 해부학적 구조물들을 실제로 보면 많이 다르다. 특히 살아있는 사람의 뇌를 직접 보고 수술에 참여할 수 있다니. 오늘은 심지어 선생님의 허락으로 뇌를 살짝. 아주 살짝 건드려볼 수 있었는데,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나오는 실습학생들처럼 그 뇌를 만지는 순간 나도 모르게 "신경외과 가겠습니다!!"하고 손들 뻔했다. 레지던트 선생님도 나에게 '이게 바로 신경외과의 꽃이야'라고 하셨다. 이미 반쯤 넘어간 것 같다.

  환자 케이스는 지주막하 출혈로, MCA bifurcation 부근에 뇌동맥류가 2mm 정도 있어 뇌동맥류를 묶어주는 clipping 수술을 진행했다. 지주막하출혈은 거미막하 출혈이라고도 하는데, 뇌혈관벽이 여러 가지 이유로 약해지면 혈관벽에 파열이 생겨 피가 조금씩 새는 뇌동맥류가 형성되고, 뇌동맥류가 터지면 출혈이 발생한다. 증상은 주로 갑자기 발생한, 생전 처음 겪어보는 두통이고 구토가 동반될 수 있다. 신경외과 의사뿐만 아니라 모든 의사가 놓쳐서는 안 되는 질환 중 하나이다. 지주막하 출혈이 발견되는 경우 최대한 빠르게 골든타임! 이내로 수술을 해야 하는데, 수술하지 않는 경우 재출혈이 발생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기 때문이다. 뇌 안에서 출혈이 심하게 발생하는 경우 주변의 뇌가 눌리게 되고, 그럼 심각한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다행히 의료기술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지주막하 출혈의 치료가 이전보다 훨씬 덜 침습적이고 안전해졌다. 오늘 수술받은 환자도 앞으로 건강하게 살아가길 기도해야지..

메모 메모...

  + 오늘 코로나사태 이후 첫 의료진 사망이 발생했다. 대구에 있는 내과 의사 분으로 개인 병원에서 진료를 보다 확진자를 접촉했고, 그렇게 2주 만에 떠나셨다. 병원은 가장 안전한 곳이면서도 가장 위험한 곳인 것 같다. 내 앞에 지나가는 사람이 확진자일 수도, 밀접 접촉 자일 수도 있는데 알 수가 없다. 대구에 계신 의료진분들은 목숨을 걸고 그곳에서 일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검사 수를 이렇게 많이 늘릴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의료진들이 시간과 노력을 갈아넣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의료진의 피로감은 나날이 쌓이고 있다. 부디 그들에게 희망이. 아니 전 세계에 희망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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