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가 나에게 진단을 내려줬다. 진단명은 '번아웃 증후군'.
나는 반기를 들었다. 번아웃 증후군은 의욕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가던 사람이 어느 순간 한계를 느끼고 정신적, 육체적 피로감을 느끼는 것이 아니냐고, 근데 나는 그 정도로 열심히 살지 않았다고. 그랬더니, "너는 열심히 산 것 같지 않다고 느끼지만, 옆에서 보기에 너는 열심히 산 게 맞아."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 말에 마음이 조금 누그러졌다. 열심히 살고 있음 또한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고 나야 받아들일 수 있는 일이라니. 나 스스로에게 애잔함을 느끼면서, 옆에서 그렇게 말해주니 고마웠다. 그냥 이렇게 합리화해도 되는 것인가 내 안에서 의구심이 든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서 오늘도 그냥 시간을 보냈다. 동기,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어제와 마찬가지로 오늘도 그렇게. 잠깐 쉬어간다고 해서 내 인생이 급격하게 변하는 일은 없겠지. 모든 사람들은 다 자기 인생의 템포가 있고, 나는 그 템포를 아주 잠깐 늦춘 것 뿐이라고.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우연히 걷다가 마주친 글에 마음에 드는 문구가 있었다. 정확한 문구를 적어오거나, 찍어오지 않은 것이 벌써 후회되는데, 요컨대 원하는 모습으로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라는 것이었다. 요즘 내가 하는 고민들의 끝에는 내가 원하는 모습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을 거고, 그 모습 그대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당장 오늘부터 움직임이 필요할 거다. 어렸을 때 막연하게 생각했던 나의 어른의 모습, 그런 것들을 떠올려 보고 싶은데 뭐 하나 적어 놓은 것이 없으니 이제서라도 해야지. 좋은 어른이 되고 싶었는데, 좋은 어른의 모습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다. 내가 원하던 나의 모습을 만들어가고, 지금 나의 모습을 고민하다 보면 좀 더 나를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내일이면 피부과 실습도 끝이 난다. 내일 또 저널 발표 하나가 예정되어 있는데, 역시나 긴장된다. 저널은 간단한 케이스라서 내용 자체가 많거나 심오하지는 않지만 피부과는 문외한이나 다름없어서 내가 이해하는 방향이 맞았는지, 정확히 전달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노력한 만큼의 결과가 왔으면 좋겠지만, 너무 기대하면 실망도 큰 법이니까 일단은 최선을 다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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