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이제 슬슬 마음의 준비를 해야하는 걸까?
오늘은 언니의 남편이 곧 될, 아직까지는 너무 낯간지러운 호칭이지만 나의 형부가 될 분을 가족들이 만나는 자리였다. 요리를 잘 못하는 엄마를 대신해서 이모가 팔을 걷어붙이고 초대했다. 나는 예전부터 그 분을 아저씨라고 불렀는데, 언니의 남자친구를 편하게 오빠라고 부르기에는 뭔가 마음에 걸렸고, 그렇다고 형부라고 부르고 싶지는 않았기에 애매한 나머지 군대 다녀오면 다 아저씨지! 하면서 불렀던 게 아직까지도 이어졌다. 아무튼 아저씨를 초대해서 이모 가족, 외할머니, 그리고 우리가족까지 모였다. 얼마나 부담스러웠을까. 나는 회사를 다니지도, 다녀보지도, 아마도 앞으로도 다니지도 않을테지만, 마치 임원 모임 회식자리에 초대된 느낌이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부담스러운 자리. 그 곳에서 아저씨는 우리 가족의 일환이 되기 위한 발걸음을 했다.
결혼이 이렇게도 힘든 일이다.
내일은 상견례가 예정되어 있는데, 벌써부터 손발이 쪼그라드는 것 같은 기분은 왜일까. 상견례를 하고, 결혼식 날짜를 잡는 것이 보통의 과정인데, 코로나 사태로 인해서 상견례가 미뤄지고 미뤄져서 결국 거의 모든 것이 정해진 상태에서 형식상의 상견례를 하게 되었다. 나는 사실 그냥 자리를 하고 있는 사람일 것 같아 다행이지만, 상견례라는 자리 자체가 얼마나 불편한 자리인가에 대해서는 말 하면 입 아플 정도로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 엄마아빠도, 자식의 결혼은 처음이기에 어떻게 해야하는지 계속 고민하시는 것 같다. 자식이 태어나면 어른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진짜 어른이 되는 건 자식이 결혼할 때가 아닌가 싶다. 참, 삶에는 끊임없이 숙제가 주어지는 구나. 더 성장하고, 성숙해지지 않으면 세상에 쉬운 일은 아무것도 없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드라마에서 나오는 것처럼 기싸움을 하는, 그런 복잡한 상견례는 절대 아니겠지만ㅎㅎ, 상견례의 무거운 공기가 벌써부터 느껴지는 듯하다. 일단 나는 맛있게 먹어야지 🍣
저번 학기에 운이 좋게도 성적이 잘 나왔고, 이 놈의 학교는 성적으로 학부모회의 일원이 결정되어(퉤퉤) 우리 엄마가 학부모회에 초대되었다. 고등학교 때 이미 학부모회에 많은 상처를 받았던 엄마이기에, 여기에서는 얽히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속상했다. 근데 엄마도 엄마들 모임에 다녀온 후에 또 생각이 많아지셨나보다. 자꾸 그동안 얼마나 고생했냐고 하신다. 나는 그저, 열심히 실습에 임했을 뿐인데, 그렇게 고생하지는 않았는데, 엄마가 보기에는 내가 늘 힘들게 사는 것 같은가보다.
편입생이기 때문에, 여태까지 나는 스스로 조금 위축이 되어있었다. 사실, 나는 수능으로는 의대를 쳐다보지도 못할 정도였는데, 어떻게 보면 치트키를 써서 이곳까지 온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물론, 누구처럼 없는 인턴 경력을 만들면서 하지는 못했지만) 어떤 때에는, 아무리 편입이어도 합격할만 하니까 여기까지 오게 된거지! 하고 합리화를 하다가도, 결국에는 차이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또 잠식되어 버리고 만다.
엄마는 이번 모임에서 의대로 입학한 사람들이 편입생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알게 되신 것 같다.
그래도 나는 늘 엄마의 자랑스러운 딸이고,
엄마는 늘 나의 위대한 슈퍼맨이다.
이제는 공부를 다시 열심히 할 때가 온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