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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일기

치팅데이

아침부터 고민됐다.
날씨는 좋지, 공부하기는 싫지, 시간은 많지...
누군가 나를 찾아주지 않는다면 내가 누군가를 찾는 것이 인지상정...! 오늘은 반드시 할 일을 때려치고 놀러가야 겠다고 다짐했다. 이 동네를 벗어난 것도 언제인지 기억이 안날 정도이고, 맛있는 걸 먹은지도 너무 오래되어서, 더이상은 못 참고 터져버릴 것 같았다. 그렇게 치팅 데이를 가져버렸다.
이태원 발 코로나 n차 사태가 벌어진 때라 그런가 사람은 별로 없었다. 이 시국에 돌아다니는 것 자체가 조금 눈치가 보였지만... 접촉 원인 조차 모르는 n차 감염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을 알고 있었지만.. 사실 변명의 여지없이 잘못한 것이 맞지만 움직였다. 그렇게 나를 맞이한 건

역시 길리안..

영롱한 아이스크림❤️ (그리고 잘생겼던 알바생..)
친한 친구와의 시간, 친구와의 대화. 소소한 일상을 나누고 내가 요즘 보는 유투버는 누군가 하는 시덥잖은 이야기까지. 나와 마음이 100% 통하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겠지만, 적당한 깊이, 적당한 두께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내 주변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다시 한 번 감사했다. 오랜만에 웃고 있는 기분. 병원에 있다보면 어떠한 척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때가 많았는데, 그냥 내 모습 그대로여도 좋은 그런 느낌. 친구란 가깝게 오랜 사귄 사람이라는 사전적 의미가 있다고 하는데, 어느새 강산이 변할만큼 시간이 흘렀어도 옆에 있어주는 친구가 있음이 얼마나 위로가 되던지. 피부과는 나를 포기했지만 ㅠㅠ 나에게는 친구가 있다 이기야!

오늘은 오후 내내 피부과 외래를 참관했다. 대부분 탈모가 있거나 아토피 피부염 또는 두드러기가 있어서 온 분들이었다. 환자들의 평균 나이가 20대였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탈모로 고생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여성 탈모가 있는 분들에게 마음이 더 갔는데, 치료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 안타까웠다. 남성 호르몬과 연관된 경우가 많기 때문인데, 폐경 전 여성에게 약을 쓰면 기형아를 출산할 확률이 높아지고 그외 다양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폐경 후의 여성에 비해 치료 자체가 제한이 걸려버린다. 그래도 광선 치료나 다른 치료를 통해 점점 나아지는 걸 볼 수 있었는데, 모두에게 기대할 수 있는 예후가 매우 달랐다. 정말 탈모약이 개발된다면, 전세계에 몇 억명 정도는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되지 않을까.., 노벨의학상은 물론 노벨평화상까지 노려볼만 하다. 제발 만들어졌으면....

또 느낀 것은, 젊은 분들에서 병원에 대한 신뢰가 많이 떨어졌다는 점이다. 대학병원 피부과까지 온 분들의 경우, 지역의 피부과에서 여러번 치료를 받다 나아지지 못해 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병에 대해서 찾아본 것도 많고, 그만큼 경계를 하시는 것 같다. 그동안 얼마나 힘드셨을까, 하는 마음도 있으면서 한편으로는 환자들에게 어떤 의사가 되어야 할까 고민하는 시간이 되었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이 있고, 모든 환자를 똑같이 대하는 것이 맞을지, 환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맞을지 모르겠다. 어떠한 컨셉을 잡고 환자를 대하는 게 나을까? 이익준 교수처럼 나의 모든 것을 다 드러내는 의사가 되는게 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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