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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일지

피부과.. 괜찮은데?

정말 정신없는 하루였다. 심심함을 느낄 새도 없었던 하루.

일찍 잠들겠다는 다짐은 일주일 내내 지켜지지 않았고, 오늘도 나는 겨우 제시간에 도착했다. 정해진 시간에 10분 일찍 나가는 게 습관이 되면 참 좋을텐데, 이게 한 번 아슬아슬하게 도착하기 시작하는 순간 통제불능이다. 늦지 않음에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는건지. 아무튼 그렇게 출근을 했다.

도착하자마자 설문지를 하나 작성해야 해서 병원 휴게실에 있는 거의 윈도우 98 급의 컴퓨터를 켰다. 노쇠하신 컴퓨터는 한글 파일 하나 여는 것도 힘들어 했고, 답답한 나는 컴퓨터를 다시 시작했는데 역시나 잘못된 선택이었다. 갑자기 업데이트를 하더니 컴퓨터는 재부팅을 선택했다. 그렇게 씨름하기를 20-30분... 그리고 내 손에는

설문지가..!

있었다. 후후, 인고의 시간 끝에 결국 원하는 걸 얻을 수 있었다. 그 때문에 버린 시간은 생각하지 않기로 하자. 해냈음에 기뻐하자.

그렇게 컴퓨터와 씨름한 후에 발표를 하게 되었다. 교수님께서 방송촬영을 가셔서 레지던트 선생님이 발표를 대신 봐주셨는데, 유익하고 재밌는 시간이었다. 다른 친구들의 발표를 보는 건 항상 흥미롭다. 내가 열심히 준비한 케이스나 논문 이외의 다른 분야를 볼 수 있는 것도 그렇고, 다른 친구들은 어떻게 생각하는 지 어렴풋하게라도 알 수 있게 된다. 발표하는 스타일이 사람마다 다른데, 말끝마다 쓰읍- 하면서 입을 다시는 습관이 있는 친구도 있고, 평소와는 다른 진지한 모습을 보이는 친구도 있고. 다른 친구들 눈에 나의 발표는 어떻게 보일까 궁금하기도 하면서 알고 싶지는 않다. 나도 알고 있다. 발표를 진행할 수록 내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심하면 목까지 다 붉어진다는 걸... 아무튼 오늘의 발표는 다행히 순탄하게 지나갔다. 선생님께서 피드백을 바로 해주셨는데, 내가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어서 또 배웠다. 물론 내가 피부과 전문의가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깊은 수준의 고찰을 할 수는 없지만 아쉬움이 있어야 발전이 있는거라고 늘 생각한다.

발표가 끝난 후에는 교수님 외래를 참관하게 되었는데, 외래 중간에 들어가자 교수님이 왜 이제야 온거지, 라고 말씀하셨다. 나를 보면서 말씀하신 것이 아니기에 나한테 물어보는 것이라고는 생각치도 못했는데, 교수님의 말씀이 몇 번 반복되고 나서야 깨닫고 대답했다. 바로 눈치 채고 행동했으면 좋았을걸... 또 하나의 아쉬움이었다. 빠릿빠릿한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듣는 귀가 왜 이렇게 어두운지. 이것도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일까? 이제는 넷플릭스처럼 자막 있는 영상이 너무 편해졌다. 불편함을 감수하는 노력을 좀 더 해봐야겠다.

일과 후에 친구와 대화를 하다가 또 번아웃 증후군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됐다. 친구의 처방은 "정말 잘한 일을 찾아서 스스로를 칭찬해보자" 라는 것이었다. 내가 오늘 정말 잘한 일에는 무엇이 있을까.

일단, 발표를 잘 끝냈다! 그리고 자전거 타다가 넘어진 후로 처음으로 운동을 했다. 아주 오랜만에 친 테니스는 역시.. 재밌지만 너무 힘들었다. 체력을 쌓는 데에는 참 오래 걸렸는데, 무너지는 건 이렇게도 금방이다. 앗, 칭찬에서 벗어나버렸다. 오늘 다시 운동 시작한 것 칭찬해!

마지막으로 피곤함을 무릅쓰고 이렇게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쓰고 있다. 하루의 마무리까지. 이정도면 며칠동안 공부 생각 없이 잘 쉬었다. 오늘 푹 자고, 내일은 노력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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