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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일지

오늘의 일기

 

 하루 만에 이렇게나 환자가 늘었다니. 계획 중이었던 여행을 취소했다. 일상이 점점 무료해지고 지치는 것 같아서 잡았던 여행인데, 타의에 의해서 취소해야 한다는 게 너무 속상하다. 사실 타의라기 보다는 내가 무섭고 걱정되기 때문도 있기에 할 말은 없다. 그래도 아쉬운 마음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다. 애꿎은 케이크만, 애꿎은 내 위만 공격 받고 있다. 뭘 해도 위로받지 못하고 있는 내 마음법륜 스님께서 모든 감정은 나로부터 비롯되는 것이기 때문에 내가 생각을 바꾸면 힘든 것이 없다고 하셨는데. 생각을 바꾸는 것 자체가 힘들다고 말하면 안 들어주시겠지?

 

 의사라는 직업을 선택할 때 고려했던 것 중 하나가 일평생 새로운 도전의 연속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의학 지식은 지금 이 순간에도 쏟아지고 있으니까. 암이나 희귀 질환처럼 밝혀지지 않은 병도 많은 분야이기 때문에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들어와보니 맞는 말인 것 같다. 그런데 이번 주 보고 있는 논문이 몇 개 안되는데도 왜 이렇게 어려울까! 정보는 많은데 내 머리가 따라주지 못한다.. 물론 논문이라는 글이 특정 부분에 대한 지식이기 때문에 수박 겉핥기식으로 의학을 배운 내가 전부를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직 나는 내 전공을 결정하지도 않았고, 세부전공은 더더욱 모르니까.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하는데, 오늘 읽은 논문이 나에게 도움이 될까라는 생각도 잠깐씩 하게 된다.

 

 사실 힘들면서도 감염내과라는 과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 항생제가 너무 많고 다양해서 그걸 다 이해할 수 없기에 내가 절대 할 수 없는 과 중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사람들의 연구에 대한 열정과 환자 군을 생각했을 때 흥미로웠다. 나의 적성에 맞는 가에 대해서는 또다시 생각해 봐야겠지만, 적어도 가기 싫은 과는 아닌가보다. 대학교 전공을 정할 때처럼 절대 하기 싫은 과를 제외하고 나머지 중에 고르게 된다는데, 이제 슬슬 과를 정리해 나가야겠다. 면허 나올 때까지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오늘은 징징대는 하루였지만, 또 성장했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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