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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일기

침입자들

날은 더웠고 아침부터 피곤했다. 30분 일찍 일어나서 골반 스트레칭을 하고 하루를 시작하자고 마음 먹었는데, 2주일동안 한 3-4일은 했을까. 그러면 안되는데 자꾸 5분 후 알람을 계속 누르게 된다. 누가 만든 기능인지, 진짜 좋은데, 정말 편한데, 결과적으로 나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었냐고 물어보면 나는 좀 망설일 것 같다. 근데 확실한 건, 그 5분 후 알람이라도 누르지 않으면 완전히 잠들어버린다. 내 수면의 질은 몰라도, 지각만큼은 방지해주는, 성실함을 만들어주는 기능이라고 해야겠다.

아침부터 너무 피곤해서 공부는 하기 싫고, 결국 책을 읽기 시작했다. 내가 지금 읽고 있는 책인 정혁용 작가의 <침입자들>은 최근에 SNS에서 화제가 되었다고 한다. SNS를 가뭄에 콩나듯 들어가는 나는 알려져 있는 신작인 줄 모르고, 그냥 e book 신착 자료 중에서 책 표지가 가장 끌려서 선택했다. 작가가 실제로 택배 기사로 일하면서 쓴 작품이라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택배 기사의 삶이 적나라하게 드러나있다. 그들의 삶이 그렇게 녹록지 않다는 것은 이제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 것이다. 택배 한 건을 배달해도 기사에게 들어가는 돈은 천 원이 채 안된다. (회사마다 급여가 조금씩은 다를 것이다)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그게 그대로 삶에 타격이 되는, 쉬고 싶어도 절대 쉴 수 없는 직업이다. 이제 절반 정도 읽었는데, 소설 속에서 주인공이 어떤 삶을 살다가 택배 기사를 하게 되었는 지는 아직 다뤄지지 않았다. 근데 재밌는 건, 주인공은 타인에게 관심도 없고, 그다지 노력을 하지도 않는데 사람들이 하나같이 그에게 와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다는 거다. 주변의 사람들에게는 말 못할 고민을,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털어놓는 경험은 누구나 한번씩은 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정작 주인공은 모든 사람에게 시니컬하고, 본인만 생각할 것처럼 굴지만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귀찮아하면서 경청한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돌려준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주변의 사람은 그에게서 어떤 ‘정답’을 얻어간다. 그런 사람들의 매력은 대체 무엇일까.

책을 읽다보면 다양한 소설 속 문장들이 자주 인용된다. 주인공은 소설을 굉장히 많이 읽은 사람으로 나오는데, 아마도 그 주인공은 작가 자신의 많은 생각들이 투사된 인물인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책을 그렇게 많이 읽고, 그 책 속에서 나온 구절들을 자신의 생각 속에 넣는 것인지 신기하고, 궁금하다. 마음에 드는 구절들을 따로 써놓는다고 해도, 그걸 계속해서 곱씹어 보지 않는 이상, 어떤 상황에서 특정 구절을 떠올릴 수가 있을까. 멋지다. 실제로 내가 대화를 하면서 셰익스피어가 말야-, 도스토옙스키가 말야 어떤 소설에서, 하면서 이야기를 하는 건 좀 웃기겠지만, 지적인 대화를 위한 어떤 지식, 그런 재료가 되는 건 확실하지 않을까. 아무래도 끝까지 잘 읽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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