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늘의 일기

긴장,,

으아아아아아악
내일이면 또 시험이다.
시험 친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또 실기시험이다. 이번 시험은 국시와 같은 방법으로 시험을 치게 되는데, 두 가지 실기시험은 cpx와 osce를 동시에 진행한다. 표준모의환자와 10분간 대화하는 시험인 cpx, 술기 시험인 osce를 번갈아가면서 시험치게 된다. 여태까지는 한 가지씩만 했기 때문에 준비하는데 부담이 좀 적었는데, 이번 시험은 왔다 갔다 하다보니 정신도 없고, 시험을 잘 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물론, 걱정에 비해서 그렇게 열심히 준비하지는 않았다는 게 함정. 어제 또 갑자기 잠들기 전에 침입자들에 꽂혀서 책을 읽다보니 잠들어야 할 시간을 훌쩍 넘겨버렸다. 오늘의 컨디션이 100%가 아닐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와중에 티칭은 왜 이렇게 많은 건지... 병리 슬라이드를 볼 일이 앞으로 많이 없기 때문에 피가 되고, 살이 될 수 있는 티칭이었지만 그 곳에서 나는 이미 사람의 몰골이 아니었다. 분명 들어야 하는 건 아는데, 소중한 시간인데 내 귀는 이미 닫힌 상태였다. 아쉽지만, 시간은 되돌아 오지 않으니까...

내일의 시험에서 가장 걱정되는 건, 전부 다긴 하지만, 그 중에서도 ‘나쁜 소식 전하기’ 항목이 걱정된다. 말 그대로 환자에게 나쁜 소식을 전달해야 하는 것인데, 예를 들어 환자에게 암선고를 해야 한다거나, HIV 감염 그러니까 AIDS선고를 하는 것과 같은 항목이다. 심지어 어떻게 말하면 되는가에 대한 flow도 놀랍게도 있다. 이렇게 전달하는 것도 연습과 정해진 대본같은 것이 있다는게 신기하긴 하지만, 막상 그런 소식을 전해야할 때 아무런 베이스가 없으면 전문성과 신뢰를 잃게 될 수 있다. 근데, 어느 정도 정해진 틀이라는 게 있다고 해도 말투나, 나의 비언어적인 요소들이 환자를 자극시키거나 힘들게 할 수 있어서 참 조심스럽다. 정말 걱정된다.

술기 중에서는 걱정되는 게 몇 가지가 있는데, 눈 안 속 구조인 망막을 봐야하는 안저검사나, 신생아가 이물질을 잘못 삼켜서 기도가 막혔을 때 해야하는 응급처치 항목이다. 안저검사는 그냥, 잘 안보인다. 사람의 눈동자를 통해 그 안족의 구조물을 본다는 게, 왜 이렇게 힘든 것인지... 흐엉. 이물질 응급처치는 항목을 평가해주시는 교수님과 안 좋은 기억이 있어서, 내가 들어가자 마자 주눅들 것 같아 걱정이다. 무슨 시험하나 치는데 이렇게 많은 방해 요소들이 있는건지. 물론 대부분이 그냥 나 스스로에게서 비롯되는 걱정거리이기 때문에, 마음 먹기 달렸다는 건 알고 있다. 근데 내가 법정스님도 아니고, 어떻게 모든 생각과 그 번뇌를 없앨 수 있을까... 지금 내게 필요한 건 닥터스트레인지다. 모든 가능성들을 알 수 있다면 절대 당황하지 않고 모든 상황에 대처할 수 있을텐데. 결과는 16시간 후의 나 자신만이 알고 있겠지.

지금까지 시험에서 아주 큰 실수를 한 적이 없기에, 이번 시험도 잘 칠 수 있을 거다. 갑자기 이렇게 마무리를 하는 건, 그냥 자려고, 나 맘 편하려고 하는 말이다. 너무 생각하지 말고, 지금처럼 하자. 괜찮다.

'오늘의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Never Enough  (0) 2020.06.14
The greatest showman  (0) 2020.06.13
침입자들  (0) 2020.06.11
읽어주세요! 봐주세요!  (0) 2020.06.08
이기는 습관  (0) 2020.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