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의 음악은 from now on!
남들은 이미 다 떼고 끝낸 음악을 왜 이제 빠져가지고 하루종일 듣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이 즐거움과 그 비트를 다같이 즐기고 싶은데, 다른 사람들은 이미 그 자리를 뜨고 없어서 아쉽다. 노래방이라도 가서 신나게 놀고 뛰고 싶은데 그마저도 허락되지 않으니, 그저 집에서 흥얼거리고, 아무도 없는 길에서 흥얼거릴 수밖에... 조금 더 즐겁고 싶어서 오늘은 버스를 두 정거장 전에 내려서 걸어왔다. 발구르는 소리에 맞춰서 힘차게 걸었다. 오늘부터 다시 힘차게 살아보는거야! 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면서 말이다. 영화를 볼 때에는 그렇게 좋아하는 장면은 아니었는데, 집에 오고 한 곡씩 듣다보니 이보다 신날 수가 없다. 휴 잭맨의 노래는 정말....! 공부하는 게 쉽지 않았는데, 옆에서 내일 미뤘던 일들을 오늘 시작하는거야! 당장 지금부터! 라고 노래하고 있으니 저절로 펜을 들게 되었다. 노래의 힘이란..!
2. 마취과 실습이 조금 일찍 시작해서 인지, 관심있는 과라 긴장이 되어서 그런 것인지, 하루종일 피곤하다. 매일 하루를 마감하기 전에 글을 쓰는데, 피곤이 쌓인 상태에서 공부까지 하고 노트북 앞에 앉으면 너무 멍하다. 나 스스로 생각해도 요 며칠의 글은 참 재미없다. 어떤 말을 쓰고 있는지도 모르는채, 마치 뇌가 아니라 척수에서 무조건반사로 말이 나오는 것처럼 글을 쓰고 있다! (이과만세!) 나도 남궁인 선생님처럼 감정이 푹 담긴, 그런 따듯한 글을 쓰고 싶었는데 학생인 나도 이 짧은 글이 힘든데, 일하면서 그렇게 글을 쓴다는 것이 존경스럽다. 체력의 문제인가, 정신력의 문제인가.
3. 오늘 실습 때에는 9살 아가의 편도절제술을 하기 위한 마취를 참관했다.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부터 아가는 울고 있었는데, 혈관 잡아놓은 곳을 건드리지도 못하게 해서 다들 어쩔줄 몰라했다. 9살의 힘은 생각보다 강하다. 어른들이 여러 명 있다고 그 아이를 통제할 수는 없다. 얼마나 무서우면 그럴까. 나도 어렸을 때 전신마취 수술을 하기 전에 엄청 떼쓰고 울었던 경험이 있어 아이가 안쓰러웠다. 혈관을 내주지 않는 아이는 흡입 마취를 통해서 일단 재우고 시작할 수밖에 없는데, 그 과정에서도 이상한 파란색 수술복 입은 사람들이 팔을 잡고 있는 상황 자체가 아이에게 트라우마로 남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마취를 안할 수도 없고.. 진퇴양난이다. 아이가 더 편한 환경에서 수술받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