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매일 하는 말이지만, 오늘도 참 정신없고 길고 긴 하루였다..
이번주 내내 실습도 하고, 마치고 나면 공부하는 일상의 반복이었기에 몸도 마음도 많이 지친 상태였다. 금요일에는 저널 발표도, 시험도 있는 빡센 일정이어서 더 했다. 아무리 발표가 있고, 시험이 있어도 티칭 일정은 단축되지 않는 자비란 없는 일정이다. 아침에는 거의 눈을 뜨기 힘들 정도로 머리도 아프고 피곤했는데, 교수님께서 계속 ‘학생 여러분들이 한 만큼 평가를 받고, 투명하게 성적을 주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라고 하시는 바람에 긴장을 늦출 수도 없었다. 교수님의 말씀은 너무 지당하신 말씀이고, 당연한 것이었지만. 역시 말은 참 어렵다. 상황이 모든걸 다르게 만든다.
점심에는 마지막으로 조원들 모두 모여 밥을 먹었다. 실습 초반에는 회식도 몇 번 했었던 것 같은데, 중반이 지나고 서로 각자 일정으로 시간을 채우다보니, 아니 사실 서로 섭섭한 일들이 생기고 감정이 생기다 보니 오히려 회식을 안하게 되었다. 가장 최근 회식에서는 내가 자전거를 타다 넘어지는 바람에 참석하지 못했다. 그때 걷지도 못하고 혼자 침대에 누워서 눈물을 흘리며 즐거운 동기들의 사진과 영상을 보고 있었더라지. 참 청승맞다. 아무튼, 오늘 점심 식사도 역시 재밌었다. 내가 중간에 이상한 말을 했던 게 조금 후회되긴 하지만. 역시 사람 많은 곳에 있으면 일단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 오늘이었다. 특히 오늘처럼 피곤한 날에는 더더욱.
오후에 있었던 발표는.. 교수님의 니즈를 정확히 반대로 관철하여 말아먹었다..^^… 나는 발표를 할 때 필요한 내용만 뽑아서 컴팩트있게 발표하는 걸 선호하는 편인데, 교수님께서 왜이렇게 논문을 뚝뚝 잘라먹고 발표를 했냐며, 노력을 너무 안한거 아니냐고 하셨다. 왜 이것도 안 찾아봤냐, 저건 왜 이렇게 모르냐.. 아주 그냥 탈탈 털렸다. 논문에 있는 사진을 그대로 올렸을 뿐인데 왜 두 사진에 배율도 안 맞냐... 이러쿵 저러쿵 그러쿵 더러쿵 덩기덕 쿵더러러러 (실성한 게 맞다) 대부분은 나도 아 교수님 이건 여기있습니다, 저기있습니다. 하면서 열심히 대답했다. 열심히 안한 건 아닌데, 내가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 지적한 건 받아들일 수 있었는데 노력하지 않았다 라는 말에는 너무 속상했고 섭섭했다. 그냥 넘기면 되는 말이라는 건 나도 아는데, 나 때문에 같은 저널에 배정된 조원들에게 불똥이 튀는 것 같아 걱정이었다. 펠로우 교수님도, 레지던트 선생님도 나를 도와주셨기에 너무 기분 나빠하지 않기로 했다. 그저, 실습 마지막에 혼만 났다는 사실 그 자체가 찝찝했다. 이렇게 실습이 끝나다니..! 시원<섭섭한 이 기분.
마이너 조가 처음 배정되었을 때는 걱정이 많았다. 메이저 조도 처음엔 안 친한 사람들이었고, 마이너 조는 더 심각했다. 8명이나 되는데, 조합이 되게 신선했다. 13주가 이렇게 지나 되돌아보면, 다들 참 좋은 사람들이고 매력있는 사람들이다. 우리 조가 시너지 효과가 있었나 생각해보면 물음표가 하나 생기지만, 내 삶이 이전보다 다채로워진 건 확실한 것 같다. 우리 조원들이 없었다면, 테니스를 다시 시작할 일도 없었을테고, 매일 야구를 같이 보는 친구도 없었을 거다. 그래서 참 감사하다. 이렇게 말하니 무슨 졸업하는 것 같은데, 이 병원을 떠나지 않고 남는 것도 좋겠다 라고 생각하게 만들어준 사람들. 다같이 졸업 잘 해서 원하는 삶을 살 수 있기를. 행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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