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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일지

D-1..

실습도 이제 딱 하루 남았다.

마지막까지 실습을 열심히 해보겠다고, 과제도 도맡아서 하게 되었는데, 그래서인지 시간이 더 빨리 지나가버렸다. 작년 4월 20일 즈음엔가 병원에 진입하는 걸 환영한다는 진원식을 했었다. 교수님께서 학생들에게 직접 가운을 입혀주는 행사도 진행하는데, 그때는 실습의 마지막날 밤이 올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 날이 이렇게 와버렸다.

이번주 티칭 내내 레지던트 선생님이나, 교수님들께서 '너네 이번주가 마지막이지? 빨리 끝나고 싶어 죽겠지?' 라고 하셨는데, 나는 왜 이렇게 아쉬운 지 모르겠다. 동기들에게 아쉬움을 토로하면 다들 좀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서 어디가서 말도 못하겠다. 나는 동기가 100명이고, 내년이 되면 반 이상은 다른 병원에 가서 수련을 받거나, 군대를 가기도 할텐데, 이렇게 동기들끼리 모여서 실습을 같이 할 일이 없다는 게 아쉽다. 일종의 팀플이었고, 그래서 서로 싸우고 싫어하고, 시기하고 질투하는 많은 일들도 있었지만, 이 시간이 다시 지나면 오지 않을 거라는 게, 이제는 정말 학생에서 벗어나서 사회로 나가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아서 아직은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것 같다. 실습 시간에 다같이 모여서 말투가 특이한 선생님이나, 제스처가 특색있는 교수님들 따라하면서 웃고, 바보같은 이야기들도 하면서 서로 놀리고 웃고.. 물론, 앞으로 동기들을 안 만나는 건 아니지만, 병원이라는 공간 안에서,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있을 때와 없을 때는 다르니까. 이제는 국시를 준비하러 가야하는데, 각자 책상 앞에 앉아서 공부만 해야 하는 게 가장 싫은 것 같기도 하다. :/

최근에 내가 돌았던 과를 생각해보면, 방사선종양학과, 마취통증의학과, 병리과 그리고 진단검사의학과였다. 한 달 내내 거의 환자를 볼 수 없었는데, 병원에 있으면서 환자를 만나지 않는 과는 어떤가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결론은... 나와는 맞지 않다는 것. 모든 과는 다 존재의 이유가 있고, 그 어떤 과라도 잘 돌아가지 않으면 병원 자체가 잘 돌아가지 않는다. 다 각자의 매력이 있기 마련. 환자를 보지 않는다는 건 그 자체로도 큰 매력이지만, 큰 단점이기도 하다. 내가 지금까지 생각해왔던, 봐왔던 의사상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라서 낯설었다. 물론, 내가 내년에 어떤 일을 겪고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마이너과를 돌다보면 과를 결정하고, 내 진로에 대해서 확신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여전히 나는 그대로인 것 같다. 매주 선생님이나 교수님께서 학생은 어떤 과 가고 싶냐고 하실 때 나는 매번 다른 과를 말했다. 근데, 입 밖으로 가고 싶은 과를 꺼내는 것만으로도 그 과에 대한 애정이 절로 생겼다. 그래서 그냥 생각날 때마다 여기에 와서 가고 싶은 과를 말하려고 한다. 실습은 끝났어도, 내 본4 생활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참 아쉽다. 매순간 실습에 열심히 임하려고 했는데, 그 와중에 최선을 다하지 못한 순간들이 생각난다. 내일은 잘 마무리 할 수 있을까. 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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