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는 의료법규 수업 주간이었다. 이전에 비하면 수업이 거의 없다시피 할 정도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수업을 들으니까 기분이 좀 오묘했다. 코로나로 인해서 강의실은 전혀 다른 풍경이 되었지만, 100명이 한 공간 안에 있고, 같은 수업을 듣는다는 게 너무 오랜만에 느낀 기분이라. 재밌었다. 생각해보면 전적대에 다닐 때에는 대형강의실에서 70명, 많게는 200명까지도 수업을 듣곤 했었는데, 학생 모두 다 온 적이 거의 없는 터라 사람들이 그렇게 많다고는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아, 출석할 때만 되면 어디선가 사람들이 마구 나타난 것 같기도? 돌이켜보면 대학이라는 공간은 참 좁으면서도 큰 공간인 것 같다. 그때는 한 강의실에 앉아있는 70명을 다 알지도 못했는데. 과 활동은 거의 안했던 터라 동아리 사람들 아니면 아는 사람이 전무했다. 그나마 실험 실습 수업을 통해서 과 사람들을 좀 만날 수 있었고, 팀플 있는 교양 수업은 거의 안들었던 터라 타과 사람들은 많이는 못 만나봤다. 특히 우리학교는 자연과학캠퍼스와 인문사회캠퍼스가 저 멀리 떨어져있어서 나는 이과 중에서도 이과 같은 느낌의 생활을 했던 것 같다. 그래서 더 편하기도 했지만, 그래서 아쉽기도 했지. 그렇게 거진 5년을 학교을 다녔던 터였다.
그때는 내가 4년 더 학교를 다니게 될 줄은 전혀 몰랐다. 편입을 준비한 건 마지막 학년 때였는데,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그냥 하루 아침에 준비를 시작했다. 그래서일까, 전적대에서의 생활을 잘 마무리 하지는 못했다. 대학교를 2번 졸업할 거라는 생각에 흔한 졸업사진 한 장 찍지 않았고, 의대는 개강이 일러서 졸업식에도 참석할 수 없었다. 그냥 언니와 잠깐 학교에 가서 허술한 학사복을 빌려 입고 몇 장 남긴 것이 전부였다. 그래도 아쉬움보다는, 새로운 시작에 대한 설렘이 더 컸나보다. 뭐 10년 전을 회고하는 것도 아니고, 고작 몇 년 전인데도, 처음 다닌 대학과 두번째 다닌 대학의 느낌이 너무 달라서, 이전 대학 생활이 조금씩 미화되고 있는 듯하다. 그때가 더 뭣모르고 재밌었던 것 같아서.
이번 대학도 어느새 마지막 수업까지 와버렸다. 물론, 월요일에 시험이 남아있어서 뭔가를 완전히 끝냈다는 생각은 안 들지만, 뭔가 끝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여기와서는 타과 사람들과의 접촉이 정말로 0였고, 의학관을 제외하고는 도서관 밖에 가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학교에 대한 애정은 거의 안 생겼는데, 과에 대한 애정이 생겨버린 것 같다. 다른 친구들은 6년, 나는 4년이지만 2년 동안을 고등학교처럼 하루 내 앉아서 수업을 들었고, 일 년 반을 한 병원에서 실습했다. 밀도를 생각하면 이보다 두터울 수가 없다. 아직도 100명 전부와 친하게 지내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시끌벅적하게 있는 시간들이 그리울 것 같다.
누군가가 그랬다. 20대의 시간은 그나마 느리게 가는 거라고, 30대 되고 40대 되면 진짜 빠르게 지나가버린다고. 내 20대가 끝난 것은 아니지만, 벌써 이전이 그리운데, 나중에는 얼마나 징징거릴까 싶다.
오늘의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