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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일기

아이러니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배고팠다.

이상하게 뭘 먹으면 소화는 잘 안되는데, 또 금방 배고파지는 이상한 병에 걸렸다. 소화가 잘 안되는 건 가끔 있는 일이긴 한데 그 정도가 더 심해지는 것 같다. 밤 8-9시까지는 소화가 너무 안되어서 메슥거리고 얹힌 기분이라 가만히 앉아있기가 힘들 정도다. 4년 전의 내 모습이 절로 생각났다. 내 딴에는 크게 스트레스 안 받고 공부하고 싶을 때 하고, 노는 것도 충분히 논다고 생각하는데, 내 몸은 그렇지 않은가보다. 수험생활 싫다고, 여지없이 시위를 해버린다. 4년 전에도 거의 매일 소화제를 달고 살았는데, 올 하반기에도 또 시작이다. 내 몸에게 열심히 세뇌를 해봐야 겠다. 나는 힘들지 않다고, 어떤 결과가 와도 나는 잘 살거라고. 아틸리싸이

그런데 또 밤 11시만 되면 그렇-게 배고프다. 자기 너무 열일했다고 힘들다고 이번에는 위가 시위한다. 입-항문까지 이르는 소화기계를 해부학에서는 몸 바깥에 있는 장기라고 일컫기도 한다. 다른 장기들은 다 우리몸 속에 숨어있는데, 소화기계만큼은 몸 밖의 세계와 통해있기 때문이다. 필요한 영양분이나 물만 쏙 흡수하고 나머지는 그대로 바깥으로 내다 버린다. 생각할수록 인간은 참 신기한 동물이야. 아무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역시 소화기계는 나의 다른 장기의 말을 안듣는 것 같다는 거다. 내 몸은 힘들다는데, 내 위는 지 맘대로다 아주 그냥. 밥을 주면 소화시키기 버겁다고 하고, 또 그러고나면 배고프다고 아우성치는. 웃기는 놈이다. 근데 또 얼마나 독불장군인지, 자기가 배고프면 뇌를 셧다운 시켜버린다. 공부는 공부대로 안되고, 인성은 또 박살난다. 요컨대, 적당히가 없다.

더 인성이 파탄날까 두려워 결국 백기를 들고 밖에 다녀왔다. 오늘의 메뉴는 김밥. 김밥도 예전에 비해...(라떼?) 많이 비싸졌다. 더 아이러니한건, 김밥 값을 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3100원 짜리 김밥에 3000원짜리 커피라니. 사실 좀만 더 걸으면 900원짜리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마실 수 있지만, 오늘만큼은 내 몸을 더 아껴보기로 했다. 내일이 시험이니까! 공부할 때만큼은 좀 이기적이고 싶은 마음에! 그럼 이제 딴짓 다 했으니 공부하러 가볼까나.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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