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늘의 일기

705대첩

마지막 시험이 끝났다.

사실 다음 주에도 시험이 예정되어 있고, 줄줄이 시험이 있을 예정이지만 블록 시험은 마지막이었다. 학교에서 수업을 다닐 때는 자주 갔었던 식당에 오랜만에 가서 밥을 먹었다. 이곳에 편입해서 처음 갔던 식당이어서 나름 나에게는 의미 있는 식당이 되었다. 본과 1학년 첫 수업은 모두가 기피하고 힘들어하는 그 '해부학'인데, 해부학 수업을 듣기 전에 골학이라고, 우리 몸의 모든 뼈에 대해서 미리 공부를 해야 한다. 지금은 수업 커리큘럼이 좀 바뀌어서 예과 2학년 2학기에 골학 수업이 새로 생겨났다고 하는데, 우리 때만 해도 골학은 다들 동아리 선배한테 배우거나, 각자 공부해가야 했다. 편입은 소속된 동아리가 없기에 편입 선배들이 대신 알려줬다. 그리고 이 식당도 그 선배들이 알려줬다. 우리는 먹으면서도 와, 여기 맛집이다. 보리비빔밥을 시키면 각자 된장찌개도 준다고? 하면서 재잘댔다. 새롭게 대학생활을 시작하는 기분이었던 것 같다. 막상 학기를 시작해보니 정작 예과생들은 그 식당을 아무도 몰랐지만... 나한테 맛있으면 그게 맛집이지 뭐!

오랜만에 간 식당은 변한게 거의 없었다. 코로나로 인해서 메뉴가 확 줄어서 보리비빔밥만 가능했지만, 그걸 먹으러 간 거니까. 같이 간 동기는 이 곳에 와서 처음으로 이야기했던 언니였다. 그 언니와도 이런저런 일들이 정말 많았는데, 이렇게 마지막 시험을 친 날 같이 앉아서 밥을 먹고 있으니 기분이 오묘했다. 역시 사람일은 아무도 모르는 게 맞다. 시험도 하도 많이 치니까, 이제는 그냥 하나 끝났구나- 하는 게 전부다. 결국에는 내가 공부한 만큼 성적을 받게 될 테니까. 그러려니 해야지.

갑자기 감상에 젖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해버렸는데, 오늘 꼭 쓰고 싶었던 건 바로 705 대첩! 우리팀 이야기다.

덕아웃에서의 이 뷰가 너무 좋다

어제도 어김없이, 시험 전날이었지만, 늘 그랬듯이 야구를 틀어놓고 공부를 하고 있었다. 우리팀우리 팀 선발투수는 라이트. 용병임에도 우리 팀에 정말 진심이고, 늘 더그아웃에서도 펜스 가장 가까이에서도 승부를 응원하고, 심지어 본인이 출전하지 않을 때에도 얼굴 빨개지도록 소리 지르고 행복해하는 선수다. 다만, 선발투수임에도 6이닝 이상 던져본 일이 거의 없다는 거..? 스트라이크에 비해 사사구가 많은 선수라서 사람은 좋지만 마음을 졸이면서 경기를 봐야 하는 선수다. 약간 아픈 손가락이라고 할까. 그런데 어제는 정말 잘 던져주고 있었다. 상대 투수인 기아의 브룩스가 너무 잘해서 그렇지 평소에 비해서 잘 던져줬고, 수비도 좋았다. 6회까지도 잘 던졌는데 7회에서 조금 흔들렸다. 연속된 볼넷으로 결국 만루. 그래서 마운드를 내려가고 말았다. 본인 스스로도 마음에 안 들었는지 글러브도 던지고.. ㅠ_ㅠ.. 그러다가 9회 초에 연타석 안타에 홈런까지... 4점을 연달아 먹고 나서는 나도 포기하려고 했다. 근데 야구는 9회 말부터 시작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1-6으로 지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우리 팀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박석민의 3점 홈런, 그리고 구다 주 김태진의 2점 동점 홈런!!! 와, 이게 되네 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화룡점정으로 10구 싸움 끝에 나간 노진혁과 나성범의 끝내기 안타... 진짜 말도 안 되는 경기였다. 이순철 해설위원도 기적에 가까운 경기였다고 할 정도로... 본 사람이 승리자인 경기. 1위 팀의 경기력은 이 정도다,라고 모든 사람들이 다 알았으면 하는 마음...! 어제도 하이라이트 영상을 몇 번 보고, 오늘도 시험 끝나자마자 봤다. 일요일의 경기 결과는 한 주의 기분을 결정한다고 했던가. 그 누가 뭐라고 해도 이번 주 나의 기분은 이렇게 결정되었다. 야구가 뭐라고 참. 그래도 705 대첩만큼은 잊고 싶지 않은 마음에 이렇게 남겨본다. 행복하자!

'오늘의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토브리그 후기  (0) 2020.07.08
일기  (0) 2020.07.07
아이러니  (0) 2020.07.05
  (0) 2020.07.04
마지막 수업  (0) 2020.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