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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일기

일기

어느 순간부터 하루의 끝에 글을 쓰는 것이 두려워졌다.

하루를 정리하는 마무리 느낌의 일기가 되는 건 좋았는데, 시험들이 들이닥치고 있는 상황이라 그런지 쫓기듯 글을 쓰고 있는 것 같았다. 근데 또 막상 하루 중간에 글을 쓰거나, 시작 전에 글을 쓰면 자기 전에 '내가 오늘 글을 썼던가?' 하는 고민을 하고 있더라. 글을 쓰는 것도 결국에는 나의 습관이 되어버렸나보다. 그래서 결국 이렇게 돌아왔다. 매일 일기를 쓰겠다고 다짐만 하고, 제대로 쓴 게 이제 130일 정도 된 것인데, 거의 10,000일 가까이 살아온 내 삶을 조금 바꿨다니. 신기하다. 이제는, 아주 조금, 내가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결국 나를 만드는 게 아닌가 하는 깨달음에 가까워진 것 같다. 행동에 조심스러워 진다. 그리고 하나를 해도 어떻게 하면 좀 더 나은 나를 만들 수 있을까, 어제보다 더 발전된 나를 보는 길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너무 거창한가? 사실 그렇게까지 진지하게 생각은 안하는데. 그냥,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이건 미래의 나를 위한 투자야!'라고 하면서 합리화를 하는 것도 있다. 예를 들어, 나의 지갑사정과는 맞지 않게 아이패드를 구매한다거나, 에어팟을 구매한다거나 하는 것들? 어떠한 물건으로 나를 만드는 건 성숙한 선택이 아닌 것 같은데... 자꾸만 물건에 대한 소유욕만 커지는 것 같다. 이것도 다 때가 있는 거라고, 나중되면 에잇 다- 필요없다! 내 몸 하나 건사하는 게 제일 중요해! 라고 생각할 때가 온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말래.

약속해, 어떤 가정법도 사용하지 않기로. 그때 무언가를 했더라면, 혹은 하지 않았더라면, 그런 말들로 우리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기로 해."
_작은마음동호회, 윤이형

예전에 어디에선가 그림이 예뻐서 가지고 온 엽서를 발견했는데, 이런 글귀가 쓰여 있었다. 그렇다. 이미 물건을 샀고, 그걸 안샀다면, 그 돈이 지금 남아있을까? 아니! 결국 어디엔가 소비했을 거다. 고정수입이 전혀 없는데도, 이렇게 사고 싶은 걸 다 사고 떵떵 거리며 사는 건 아직 학생이라서, 그리고 부모님의 지원이 있기에 가능한 거다. 그리고, 미래의 나도 조금은 도움을 주고 있고.

그래도 다행인건, 하루를 계속 살아가고 있다는거. 오늘도 늦잠을 자버렸고, 공부도 계획했던 것 전부를 해내지는 못했지만, 나라도 나를 위로해야지.. 고생했어, 나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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