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사람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우리는 서로 도울 거니까요.”

<스포주의>
스토브리그: 프로야구 정기시즌이 끝난 뒤 겨울, 비시즌 기간에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기간.
스토브리그의 어원은 겨울에 선수들이 stove, 난로 앞에 모여앉아서 한 시즌을 정리하고,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는 시기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이 드라마는 정말 딱 스토브리그만 다룬 드라마였다. 야구를 매일 챙겨보면서도 겨울시즌에 선수들이 전지훈련 간다 이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나 많은 일들을 해야하는 지 전혀 몰랐다. 드라마 할 때 봤더라면 마치 지금 당장 일어나는 일처럼 볼 수 있었을 텐데, 이제서야 보게 되다니! 작년 12월에 나는 메이저 실습 끝나가는 기간이었고, 이런 저런 시험들이 겹쳐있어 드라마를 볼 생각을 못했던 것 같다. 모두들 웰메이드 드라마라고, 인생드라마라고 외칠 시기를 한참 지나서 이제서야 이 드라마를 다 보게 되었다. 넷플릭스에 올라오지 않길래 어떻게 봐야하나, 고민하던 찰나에 올레티비에서 그냥 볼 수 있다는 걸 늦게 알아버렸다. 매달 2-3만원씩 내면서 큰 혜택을 못보고 있었는데, 공중파 드라마는 지나면 무료로 볼 수 있는데, 왜 몰랐을까.
아무튼, 이제서라도 보게 되어서 참 다행이다.
이 드라마는 그 어떤 캐릭터도 놓치지 않아서 참 다채로웠다. 처음에는 백승수 단장의 약간, 중2병 말기같은 그 말투가 어색하고 웃겼는데, 나중에는 그 말투마저도 참 매력있더라. 여태까지 여러 상처를 겪어왔으면서도 끝내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고 행동하는 점이 참 멋있었다. 누구 말대로 싸가지는 드럽게 없지만 일은 또 드럽게 잘하는. 현실에는 없을 것 같은데 또 어딘가에는 있었으면 좋겠는 그런 단장. 끝내 저 포스터처럼 모든 사람들이 함께 웃는 장면은 보지 못해 아쉬웠지만, 꼭 그렇게 단장을 내쳤어야 하는 아쉬움도 많이 남았지만, 그래도 너무 꽉 닫힌 해피엔딩은 사실 현실적이지 않으니까. 내가 이제훈 대표여서 봐준다*^^*
좋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어린 학생들 학부모들에게 등처먹고 다녔던 고세혁 팀장이나, 팀을 해체시키고 싶어서 안달난, 그렇지만 또 불쌍하고 미워할 수 없는 권경민 사장, 동네 건달같이 수준 낮은 행동을 하면서 자신의 힘을 과시하려고 했던, 근데 알고보니 야구밖에 모르는 바보 임동규 선수. 어리게만 보였는데, 누구보다 속 깊고 강단 있는 이세영 운영팀장. 이세영 팀장에게 한 번 호되게 혼나고 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구김살이라곤 전혀 없는 한재희, 또라이인 줄 알았는데, 진정한 야구인이었던 양원섭 스카우트 팀장. 정말 캐릭터 하나하나가 참 매력있고 인간적이었다. 다른 드라마에서는 이렇게까지 모든 등장인물의 이름을 외우기가 쉽지 않았는데, 각자의 지위나 역할로 불리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이름으로 불리우는, 그런 팀이었다. 그렇기에 그 모든 힘든 위기들을 겪고서도 흔들리지 않았던 거 아닐까.
16화 내내 갈등이 끊이지 않는 드라마였다. 뭐 하나 풀리고 나면, 또 다른 사람이 말썽이고, 또 누가 배신하고. 모든 사람들이 다 착하지 만은, 그렇다고 나쁘지만은 (고세혁 제외) 사람들이라는 거. 모두 다 각자의 능력이 있고, 모두 힘을 합하면 다 이겨낼 수 있다는 거. 드라마라서 가능한 것일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참 많은 위로를 받았다. 야구에 대한 애정도 더 커진 것 같다. 그냥 취미일 뿐인데, 야구에 업을 걸고 인생을 건 사람들도 얼마나 많은가. 대한민국 야구인들이라면 한번쯤 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