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전환 겸 머리를 했다. 어떤 스타일이 하고 싶어서 간 게 아니라서 그런가, 마음에 드는지 아닌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누군가가 나를 위해 몇 시간 동안 머리를 만져준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머리 예쁘게 하고 어디 가는 것도 아니고 그냥 집으로 돌아왔지만, 그래도 가라앉았던 기분이 아주 조금은 나아지는 것 같았다. 그런데 미용실에서 나왔던 노래 가사 하나가 맺혀서 마음속에서 응어리졌다.
그리움의 문을 열고 너의 기억이 날 찾아와, 자꾸 눈시울이 붉어져
어떻게 가사를 이렇게 예쁘게 쓸 수 있을까. 요즘 가만히 있다가도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이 나면, 코끝이 찡해지곤 하는데 그걸 이렇게도 표현할 수 있다니. 원래도 아는 노래이긴 했지만, 이별 하면 모든 이별 노래가 곧 나의 노래인 것처럼 느껴진다고. 정말이었다. (나중에 돌아보면 이불 킥 할 수 있는 감정이라고 해도)
나는 노래를 들을 때 가사를 자주 찾아서 읽어보는 편인데, 작사가들이 부러우면서도 존경스럽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정해진 글자 수 안에 담아내야 한다니. 특히 아이유의 가사를 보고있자면, 가사 한 줄 한 줄 얼마나 예쁜지 모르겠다. 최근에 마음에 들었던 노래는 unlucky라는 곡인데, 그중에서도 "하루 정도는 행복하지 않아도 괜찮아." "실은 모두가 울고 싶을지 몰라. 슬퍼지고 싶지 않아서 화내는지도 몰라." 이 부분이 어찌나 위로가 되던지. 책을 많이 읽어야 이런 글을 쓸 수 있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 아이유 추천 책도 검색해봤다. 책 한 권 읽는다고 하루아침에 나아지지는 않을 텐데 말이다.
아이유 추천책은 아니더라도 오늘은 집에 있던 "꾸뻬 씨의 행복한 여행"을 조금 읽었다. 읽었던 기억이 없어서 펼쳐보았는데 내 글씨체로 "행복이란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있는 것이다."라고 쓰여있는 걸 보니 나는 참 그놈의 사랑에 목숨 걸고 살고 있는 사람인가. 원래 그랬던 건가 싶어 조금은 씁쓸했다. 평소에도 사랑하지 않는 시간이 너무 아까워!라고 말하며 마치 사랑 전도사처럼 행동했는데, 이제는 그 사랑의 방향이 나에서 시작되어 나에게 닿는 그런 사랑이어야 하는데 연습이 필요한 것 같다. 이것 또한 하루아침에 나는 나를 너무 사랑해! 할 수 없겠지? 그래도 머리를 하러 시간을 내고, 돈을 쓴 것도 나를 위한 일 중에 하나였으니까. 오늘도 뭐 하나는 했다. 인정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