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하는 일이 별로 없으니까 뭔가를 쓰려고 해도 이렇다 할 주제가 떠오르지 않는다. 요즈음 하루 종일 하는 생각이라고는 뭐하지, 뭐 먹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시간을 보낼 수 있지 딱 3가지 인 것 같다. 하루가 이렇게도 길게 느껴질 수가 없다. 예전 같았으면 공부하기에도 바쁘다고 생각하고 계획 짜고 공부했을 텐데. 사실 그래야 하는데 마음처럼 쉽지가 않다. 공부를 안 하는 것이 편해졌다. 사람이란 편할 것을 좇는 동물이 맞는 것 같다. 막상 다음 주가 되어서 실습이 다시 시작되면 이번 주처럼 편한 시간이 다시 되돌아오지 않음을 다시금 깨닫게 되겠지. 뭐라도 같이 할 사람이 있을 때는 하나라도 더 하고 싶었는데, 혼자가 되고 보니 혼자서도 할 수 있는 게 생각보다 많지 않더라.. 그냥 내가 혼자 할 줄을 모르기 때문인 걸까. 참 나약하다.
오늘은 친구와 대화 하다가 자존감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됐다. 나는 나 스스로도 자존감이 그렇게 높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나 자신을 사랑하라! 이 말이 왜 이렇게 실천하기 어려운지 모르겠다. 어느 날은 나 정도면 괜찮지 생각이 들다가도 거울을 보면 내 단점이 보이기 시작하고.. 뭐 잘하는 거 하나 없는 것 같고... 나는 나 자체로도 소중한 존재라는 건 익히 들어서 알고 있긴 하지만, 진심으로 나 자신을 사랑하는 건 왜 이렇게 어려운 건지... 그 자존감을 여태는 연애로 채워왔는데 그래서 연애도 힘들었던 것 같다.. 상대로부터 나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 그게 채워지지 않으니 감정적으로 계속 허덕일 수밖에.... 그래서 지금은 운동도 하고 책도 읽고 필요한 공부도 하고.. 그렇게 나를 위한 시간들로 채워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뭐.. 결국 시간이 해결해주겠지.
하지만 외모로 인한 자존감의 문제는 시간이 지난다고 해결이 될지 모르겠다. 사실 마음에 여유가 있으면 사람이 그 자체로 빛나보이고.. 그렇다는 건 알고 있지만, TV나 SNS를 보고 있자면 세상에 왜 이렇게 예쁜 사람들이 많은지 모르겠다. 나는 그러한 사람이 될 수 없다는 건 이미 저명한 사실인데. 나의 좋은 점이 뭔지를 모르겠으니까 나의 단점만 더 커져 보인다. 게다가 이제는 사랑받지 못하는 존재가 되었다니. 물론 나중에 뒤돌아보면 이불 킥 할 시간들 일지 모르겠으나 지금 당장은 자꾸 힘든 생각만 드는 것 같다.. 헬스장을 가도 나는 근력 따위 하나 없는 두부 같은 몸을 가지고 있고, 공부를 하려고 하면 내가 못한다는 생각이 자꾸 들고 악순환이다. 예전에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었는지 이제는 기억도 안 난다. 꾸준히 해야 못하던 것도 잘할 텐데. 꾸준히 할 시간은 부족하고, 스트레스는 받고.. 뭐든 잘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아는데 나라는 존재가 필요 없는 존재가 될까 봐 두렵다. 이래서 종교를 찾게 되는 걸까. 하나님은 나라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나를 사랑해 주신다고 하던데.. 하아 어렵다.
"너는 참 괜찮은 사람이야" 라고 누군가가 말해주었으면 좋겠으면서도 그것조차도 누군가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라 옳은 일인지 모르겠다. 의사라는 직업을 택한 것도 누군가에게 계속해서 필요한 존재였으면 좋겠어서 인 걸 부정하지는 못하겠다. 일단 공부하다보면 답이 나올까? 근데 인생에 답이 어디있어.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