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일은 참 길었다.
2001년부터 학교를 다녔고, 2020년까지 다니고 있으니 학생만 20년째. 그런데 이번 생일은 처음으로 방학이 아닌 생일이었다. 그래서였을까, 그 어느때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축하를 받는 생일이었다. 생일은 30일인데 20일이 되기도 전부터 생일을 챙겨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도 내 생일을 이렇게까지 생각한 적이 없는데, 그저 감사하다.
내가 내 돈으로 살 것 같지 않은 것들을 많이 선물받아서, 이걸 다 어떻게 갚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양초부터 시작해서, 배스밤, 마사지 기계, 아이패드 파우치, 죠르디컵(💓) 등등.. 분에 넘치는 선물들을 많이 받았다.
그 뿐 아니라 10년만에 연락이 온 친구도 있었다. 연락 자체가 선물 같았다. 나도 가끔씩 카카오톡에 생일 알람이 뜰 때마다 톡 해볼까, 고민하게 되는 친구들이 있는데, 그 친구도 나와 같은 마음을 하고 있었다는 것 자체로 감동을 받았다. 떨어진 인류애는 이렇게 회복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이 나에게 상처를 주어도, 나에게 힘을 주는 사람들로 또 일어서는 것. 다들 그렇게 살아가나 보다. 나를 좋게 봐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많이 되었다.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 건 이제 포기했다. 다른 사람들 싫어하지 않겠다는 다짐도 이제는 지웠다. 근데,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좋은 사람이 되겠다는 새로운 마음이 생긴다.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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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일에도 에픽하이의 Happy birthday to me를 들었다.
반쯤 취한 듯한 하동균의 목소리는 언제 들어도 참 매력있다.
일년 내내 없던 손님들이 가득 차도 텅 빈 초원. 슬픔만 가득 찬 들판.
정말 많은 사람들의 축하를 받았음에도 마음 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었던 외로움과 고독함이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생일 덕분에 내 삶이 잠깐 복작복작 했지만... 아냐, 내가 복에 겨웠지. 근데 저 가사가 또 내 마음을 흔든다. 그리고 또 우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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