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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일기

10k 도전기!

완연한 가을이다.
장마가 지나고 태풍이 여럿 지나면서 언제 더워질까 두려워했는데, 가을이 이렇게 부쩍 찾아오니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설렘과 불안감은 항상 함께 있다고 하는데, 높고 푸른 하늘이 주는 설렘과 한 해가 이렇게 가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공존한다.

글쓰기를 잠시 멈췄던 2주간, 역시나 이 공간을 찾는 일은 없었다! 인간은 이렇게도 편안함을 추구하는 동물이었던거다. 하고 싶은 말이 없지는 않았는데, 흘러간 건 또 흘러간대로 보내련다.

그래도 남기고 싶었던 일은 있었다.
예전에 남겼던 #gsur 10k 를 도전했다!
10k 달리기는 올해 하고 싶었던 일 중에 하나였는데, 앞으로 병원에서 일을 해야하기에 체력을 키워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작년부터 조금씩 달리기의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고 시간이 나면 달리곤 했는데, 10k는 마치 마의 벽처럼 느껴졌다. 나의 페이스를 보면 1시간은 넘게 달려야 한다는 건데 사람이 어떻게 쉬지 않고 1시간이나 달릴까 싶었다. 그래서 그냥 물리적으로 나를 10k 레이스 앞에 세워버렸다. 코로나로 인해 마라톤 대회는 개최되지 않지만, 언택트 러닝을 등록했다. 올해 들어서 느낀건, 심리적으로 안된다면 물리적으로라도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는 거다.

그렇게 나는 출발선 앞에 섰다. 그리고 달리기 시작했다.

처음 4k는 조금 힘들긴 했지만, 평소와 비슷한 페이스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4k를 넘어간 후에는 5k까지만 달리자, 생각했다.
5k...
6k...
6k를 달리니까 왜인지 10k 할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더라. 주변을 조금씩 둘러보기 시작했는데, 웬걸.

진짜. 무서웠다

가로등 하나 없는 생태공원을 뛰고 있자니 등골이 오싹했다. 역시 사람은 공포를 갖고 있을 때 초연적인 힘이 나온다고, 8k까지 달리게 만들더라.

문제는 남은 2k였다. 가도가도 왜이렇게 끝이 안나던지. 그때 친구에게 응원의 문자가 하나 왔다.

지금까지 100km도 넘게 뛰었잖아! 할 수 있어!

그래서 확인해봤더니 진짜 100k가 넘어있었다. Nike run club에서 본 문구가 생각났다.
“트레이닝을 믿으세요!”

달리고 있는 나 자신보다, 지금까지 달려온 나, 나와 휸련을 함께 해주었던 어플이 더 믿음직했다. 시간은 나를 배신하지 않았구나.

마라톤은 인생이라고 다들 그렇게 표현한다. 내가 얼마나 살았다고 인생을 논하는 건 조금 웃기다. 달리면서 사실 얼마나 남았지, 기록이 어떻게 되지, 뭐 이런 생각만 했지 아 내가 어떻게 살아야지 이런 거창한 생각들은 못했다.

확실한 건 나를 조금 더 좋아하게 됐다. 풀마라톤 뛴 사람들, 나보다 기록이 더 좋은 사람들을 보면서 자그마한 겸손함은 남겨두었지만. 또 도전해야지. 재밌다, 러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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