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모든 자리에 나 머물러 있다오
나 머물러 있다오
그대 울지 마시오
- 아이유 미공개 자작곡
아이유 노래의 가사를 보다보면 한 번만 읽지 못하겠는 경우가 많다. 읽고, 다시 올라가서 또 읽고 그렇게 곱씹곤 한다. 아직 이름도 지어지지 않은 이 곡도 마찬가지였다.
노래를 들으면 들을수록, 아이유가 나왔던 영화 페르소나 중에서 <밤을 걷다>가 떠올랐다. (사실 아이유는 우연히 골목길에서 만나 새벽 5시가 되도록 시간이 가는줄 모르고 떠들게 된 사람들을 생각하며 만들었다고 했다.) 페르소나 네 편 중에서 대중적으로 이야기를 가장 잘 이끈 작품인 것 같다. ‘외로워서’ 세상을 먼저 떠난 이가 그의 남자친구 꿈에 나와서 함께 했던 추억들 그리고 죽음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눈다. 아이유의 큰 눈망울이 클로즈업 될 때마다 나도 모르게 가슴 한쪽이 저려왔다.
‘꿈’이라는 소재도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꿈에서 깨면 다 잊어버리잖아, 라고 말하며 슬퍼하는 남자 주인공. 문득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꿈들은 다 어디로 가는지 궁금해졌다. 꿈은 무의식의 반영이라는데, 기억하지 못하는 나의 감정들은 다 어디에 있을까. 나를 떠났던 사람들이 다시 나의 꿈에 나타나기도 했을텐데 참 야속하다.
우린 여기에 있는데,
아무도 기억하지 못해
다 사라지고 밤뿐이네..
잊혀진다는 것, 그게 진정한 의미의 죽음이라면 나는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조금이라도 더 기억하기 위해서라도.
오늘의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