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하루만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있다면 무슨 직업을 갖겠냐는 질문에 카페 사장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커피향을 좋아하기도 하고, 커피를 내리는 소리, 창 밖의 풍경 그리고 사람들이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들을 보다보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오늘은 나의 로망을 현실화한, 그런 영화를 보게 되었다. 이 영화를 왜 이제서야 발견했을까!
<더 테이블>은 김종관 감독 작으로 페르소나의 <밤을 걷다>라는 작품을 연출한 분이다. <밤을 걷다>를 보면서도, 놓여진 사물 하나 하나, 그리고 인물에 집중을 하게 되는 연출이 참 좋았다. 그 중 가장 좋았던 건 대화였다. 영화보다는 조금 더 연극같다고 느껴지더라. 큰 설명을 하지 않아도, 대화를 듣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의 삶이 보였다. 그게 그 사람 인생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더 테이블>은 그런 요소들이 더 극대화되었는데, 카페 안 테이블, 그 공간에서 모든 이야기들이 진행된다. 오전 11시, 오후 두시 반, 오후 5시 그리고 마지막으로 비내리는 오후 9시. 총 4쌍, 8명의 인연이 대화를 나눈다. 정유미, 한예리, 정은채, 임수정 그리고 김혜옥 배우님의 연기는 말해 입 아플 정도지. 배우들을 바라보는 감독님의 시선이 너무 따듯하고 사랑스럽다. 보는 내내 앵글을 어떻게 이렇게 예쁘게 잡는 건지 감탄했다.

영화는 한 공간에서만 진행되지만, 인물이 바뀔 때마다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에스프레소와 맥주. 두 번째에는 디저트. 설탕을 넣은, 그리고 넣지 않은 라떼. 마지막으로 식은 커피와 홍차까지. 인물을 표현하는 잔 위의 내용물들이다. 그리고 저 꽃, ‘미니 델피늄’이 함께한다. 변덕, 변하는 마음의 꽃말을 갖고 있다고 하는데, 사람이 어떻게 안 변하겠는가..
나도 가끔은 헤어진 사람들과 다시 만나게 된다면 어떤 대화를 나누게 될까 생각하곤 한다. 정말 쓸데없는 생각이지만,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정리해보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웃기도 한다. 이번 영화를 통해서 일상적이지만, 일상적이지 않은 누구에게나 있을 법하지만, 실제론 그렇지도 않은 그런 경험을 하게 되었다. 가을에 딱 맞는 이 영화,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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