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일들은 잊어
누구나 조금씩은 틀려
완벽한 사람은 없어
실수투성이고 외로운 나를 봐
- 이상은 비밀의 화원
스포츠 게임을 보는건 참 재밌다. 최근 롤랑가로스, 즉 프랑스오픈이 뒤늦게 개막해서 보기 시작했다. 모든 경기를 챙겨보는 건 아니지만, 나달의 우승을 기원하며 일부 경기들을 본다. 30분도 하기 힘든 테니스를 2시간 연속으로 하는 선수들을 보면 존경스럽다. 남자 단식을 보면 서브 속도가 시속 200km/h를 찍을 때도 있는데 이걸 리시브하는 걸 보면 몸이 반응하는 것 같다. 반면 드롭샷 실패를 할 때마다 라켓으로 네트를 때리거나 표정을 확 찡그린채 게임을 하는 선수들을 보면 모든 감정을 내비치는 건 약점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내가 보는건 결국 한 게임이지만 이렇게 별의별 생각을 다한다. (돌이켜 보면, 내가 하는 모든 행동에서 의미를 찾고 싶은 것 같기도.)
어제 밤에는 손흥민이 출전하는 EPL 경기를 봤다. 다른 구기 종목에 비해 축구는 뭐랄까, 날 것의 가까운 스포츠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물론 세부적인 파울 규칙같은 건 어렵지만, 공 하나를 골대에 넣기 위해서 모든 선수들이 뛰는걸 보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90분 내내 저렇게 빠른 속도로 뛰는 것도 놀랍고, 수비를 뚫고 돌파하는 것, 드리블을 하면서 상대 진영을 파악하는 것, 왼발 오른발 할 것 없이 슈팅을 하고 또 그걸 막아내는 걸 보면 거의 반자동에 가깝다. 순발력과 기지를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그 순간의 상황 판단력, 그리고 세트 피스는 철저한 전략과 연습을 통해 나올 수 있는거다. 올 시즌 SON과 케인은 합작해서 15골이나 넣고 있다. 이적료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인 유럽에서는 개인의 기록이 중요하게 여겨지는데, 그 와중에 공격수 두 명이 이렇게나 이타적인 플레이를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케인이 이렇게 협력을 하는게 놀랍다) 결국은 다 전략과 훈련이 만든 결과일 것이다. 생각보다 몸이 먼저, 결과가 설명한다.
문득 김연아 인터뷰가 생각났다.

공부를 하고 있다보면 왜 이걸 해야하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놀고도 싶고, 지금 상황이 아무래도 복잡한 편이라. 그런데 이런 때 일수록 가만히 있으면 안된다는 걸 알고 있다. 좋은 결과는 절로 생기는 게 아니라고, 그 속을 들여다보면 하나 하나 노력이 있다고. 낼부터는 좀 열심히 달려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