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역시 적응의 동물이다.
코로나로 인해 중단되었던 실습이 재개된 4월 즈음, zoom을 처음 경험했다. 실습 자체가 많이 축소되어서 교수님과의 티칭이 주였는데, 유일하게 재활의학과는 티칭도 비대면으로 이루어졌다. 처음에는 이런 상황 자체도 어이가 없기도 하고 낯설어서 동기들이랑 웃으면서 사진을 남기기까지 했다. 이렇게 코로나 사태가 길어질 줄도 모르고..
그렇게 zoom을 잊고 살다가 오늘 다시 재회했다. 봉사활동을 통해서였는데, A문화원에서 진행하는 미취학 아동을 대상 프로그램 보조를 맡았다. 화요일에는 미리 준비물 키트를 만들었고, 오늘은 각자의 집에서 zoom을 통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오랜만에 들어가본 zoom은 놀랍게도 변한게 없었다. 2011년 만들어진 플랫폼인데, 그들도 코로나 사태를 예견하지는 못했겠지. 나는 개발자가 아니라 화상 회의 플랫폼이라는 것이 얼마나 복잡하고 만들기 어려운 건지 잘 모르겠지만, 딜레이가 생각보다 있고 화질도 깨지는게 불편함은 있다. 대신 줌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나서서 부지런해졌다. 더 좋은 웹캠을 사용하거나, 아니면 그냥 익숙해지거나. 프로그램을 보조하면서 아이들의 소리를 끄거나 켜주거나, 출석체크 등의 일을 했는데, 아직 6살 7살인 친구들이 직접 소리를 키고 끄고 하는걸 봤을 때는 깜짝 놀랐다. 얼마나 많이 했으면 저렇게 익숙하게 다루는 걸까. 화상 연결을 하면 아이들이 집중도 못하고 딴짓할거라고 예상했지만, 즐겁게 프로그램에 임하고 강사님이 질문하면 손도 들고 대답했다. 봉사하러 갔지만 내가 힐링을 듬뿍 받아버렸다.
아무튼, 아무리 기계치였던 사람들도 이제는 강제로 레벨업 되는 듯하다. 위기는 정말 혁신을 만드는 걸까. 내가 문명에서 떨어졌던 시간들에서 사람들은 매일같이 부지런하게 무언갈 하고 있었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뒤쳐지는 젊은이가 되고 싶지 않은데.
오늘의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