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대부분 여러 모습을 가지고 있다. 아마 나도 그럴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악마 같은 모습을 보이는 사람이라도 다른 누군가에게는 천사일수도 있겠지. 그래도 변하지 않는 것은 본질이지만,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을 지나치는데 모두에게 그 본질을 보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나는 낯선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아예 말을 하지 않거나, 되도 않는 드립을 마구 난무하며 날뛴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될 말들을 하거나, 내 기준 선을 넘는 말들을 하는 날도 있다. 그러면 저녁에 이불 속에서 발길질 하는 것이다.
한 번은 내 모습을 크게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왜 친구들 중에는 놀리기 좋은 친구가 있지 않은가. 나도 어떤 무리에서는 그런 역할을 하기도 하는데, 아무튼 그 날은 그런 친구 A의 친구들을 만나는 자리였다. 어색한 분위기를 풀고자, 그리고 A가 나와 그 분들의 매개체가 되었기에 그 날도 나는 A를 놀리면서 장난을 쳤다. 그런데, 그 후에 A가 말하길 우리가 A를 대하는 모습에 친구들이 충격을 받아했다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너무 놀랐다. 내가 그 친구를 아끼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이 친구도 다른 곳에 가서는 대접받는 친구고 사랑받는 친구라는 걸 잊고 있었던거다. 나와 A는 친구 관계에서 각자의 역할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 관계는 우리 사이에만 의미있는 것일뿐, 그 외 사람들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만약 모르는 사람들이 있었다면, 내가 A를 놀리기 시작하면 그 모르는 사람들도 A를 놀리게 될 것이다. 소중한 사람일수록 내가 더 대우해주어야 한다는 것을 몰랐다. 어리석었다.
나이가 들수록 내 행동에 더 책임을 져야 한다는 걸 되새기고 있다. 그렇다고 농담이라고는 1도 하지 않는 진지하고 재미없는 사람이 되어야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닌데, 남을 까내리지 않고 웃음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함부로 다른 사람을 판단하려고 하지 말 것.
그리고 내 감정을 마구 드러내지 않을 것.
오늘의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