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매일 약속이 있어 밖에 나갔더니, 뭔가 껍데기만 남은 기분이 든다. 분명 내가 만든 약속들이고, 좋은 사람들이었는데 중간 중간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했기 때문일까? 그게 아니라면 약속들을 버티지 못하는 나의 체력을 탓해야 하나.
아니야. 나보다는 술 탓이다. 술을 마시면 심박도 너무 빨라지고, 기분이 좋아지긴 하는데 그게 마치 내일의 웃음을 끌어당겨서 쓰는 느낌이다. 또, 술집은 너무 시끄러워서 평소 내 목소리의 몇 배를 내야하고, 그런 와중에 대화를 하기 위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 온 정신을 집중한다. 먹기는 또 어찌나 먹는지, 그 다음날 속도 안좋고.. 이쯤되니 술을 버티지 못하는 내 몸이 아쉽다. 나도 맛있는 술 마시고 적당히 즐거울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물론 술을 아무리 마셔도 티가 안 나는 사람들은 그 나름대로 고충이 있겠지만, 세상은 넓고 맛있는 주류가 얼마나 많은데! 이마트를 갈 때마다 진열되어 있는 모든 와인을 한 번씩 먹어보고 싶다고 생각하는데, 그러려면 오늘부터 1일해도 힘들겠지. 😫
오늘은 정말로 너무 지쳐서 눈을 못 뜰 지경에 이르렀는데, 집에 들어오고 나니 조금씩 충전되고 있다. 들어오자마자 쓰러질 것 같았는데, 또 책을 들여다보고, 이렇게 글을 쓰고 있으니 새삼 내가 대단하기도 하고, 밖에서 반 송장 행색을 하고 있던 게 겸연쩍다. 그래도 내일은 쉬고싶다는 생각이 간절한데, 막상 아무일도 없으면 또 그것대로 서운하려나. 불행인지 다행인지, 내일도 나는 할 일이 많으니 이제 정말 쉬러가야겠다.
오늘의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