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기록을 경신한 기분이다. 이번주는 일주일 내내 약속이 있었다. 약속이 취소되면 행복해하며 침대..에 들어가기 보다는 카페에 가긴 하지만 아무튼 혼자의 시간을 보내는 걸 즐기는 사람인데, 가끔 약속이 이렇게 몰아칠 때가 있다. 그런데 이번주는 내가 나서서 만든 약속도 있어서 누구를 탓할 수가 없겠다. 이렇게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게 되면 가장 먼저 운동을 잃고, 그 다음으로는 규칙적인 생활을 잃어버린다. 급격히 떨어진 체력 때문인지 어제 오늘은 공부도 손에 잡히지를 않았다. 그렇게 오늘을 보내버린 것이 후회도 되고, 어서 하루를 마감하고 싶었지만 숙제처럼 남아버린 글쓰기 앞에 시간을 어영부영 때워버렸다. 유노윤호가 나의 하루를 봤다면 노발대발하면서
- 오늘은 다시 돌아오지 않아!!!
라고 할 것만 같다. 열정있게 살고 싶은데, 자꾸만 내일을 기대하게 된다.
나를 여기까지 끌고 온 것은 나의 욕심과 열정일 것이다. 뒤처지고 싶지 않은 마음으로 스펙을 쌓기 위해 노력했고, 조금 돌아오긴 했지만 의대에 입학하게 되었으니까. 떼 돈을 버는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사업을 해야하겠지만, 그 정도가 아니라면 적어도 굶어죽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가난하게 살아온 건 아니지만, 우리 동기들만 해도 대부분 잘 사는 친구들이라 그런지, 내가 거의 개천에서 용난 수준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갈수록 그런 기회가 적어지는 것 같다. 이미 삐뚤어져 버린 사회에서 잘난 사람들을 때려봐야 크게 달라질까. 그들을 끌어내린다고 모두가 똑같이 행복해지는 건 아닐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는 세상이 되어야 할텐데, 어떻게 바뀌어아 하는 것인지 감이 오지 않는다.
열정과 노력만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있는 세상이 올까. 아무리 생각해도 돈은 시간이다. 돈은 편리함을 다져다주고, 더 효율적인 시간 운용을 가능하게 해준다. 돈이 다는 아니지만, 거의 구석기시대의 돌과 같은 중요한 도구이다.
친구들과의 대화도 언제부터인가 더 어렵고, 무겁고, 짙어진다. 그놈의 돈. 그놈의 시간. 오늘은 일단 잊어버리고 싶다.
오늘의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