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한다고 며칠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시험 끝나면 꼭 러닝해야지, 생각했지만 결국 술 마신다고 하루를 다 보냈다. (그렇지만 술은 참을 수 없었다^^...) 이제는 가을이라고 할 수 없는 날씨가 되어버렸기에, 오늘은 꼭 낮에 달려야지 다짐했지만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동물 아니던가. 결국 영하의 날씨로 떨어져버린 밤이 되어서야 집 밖을 나설 수 있었다.
거리두기 2단계로 거리는 다시 조용해졌고, 한강은 사람들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불과 몇 달전까지만 해도 한강에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달리기 꺼려질 정도였는데 서늘해지다보다 차가워진 공기는 한강을 내가 알던 한강으로 다시 만들어주었다. (한강이 나의 것인건 또 아니지만, 이 동네 한강은 한강공원이 아니라 원래 사람이 많은 편이 아녔다)

겨울 러닝은 쉽지가 않다. 뭘 입어야 할지 고민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두꺼운 옷을 입어서는 안되고, 얇은 옷을 여러겹 입는 게 좋으며 바람막이, 그리고 더 추우면 패딩 조끼를 추천한다. 특히 장갑(니트 장갑도 좋다!)과 모자를 쓰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된다고 하는데, 확실히 모자를 쓰고 안 쓰고의 차이가 굉장하다. 모자를 벗는 순간 내 몸이 굳어버리는 게 느껴진다. 사람들은 귀까지 따듯하게 할 수 있게 비니를 추천하던데, 나는 도저히 비니까지는 도전 못할 것 같고, 고민을 좀 해봐야겠다.
늘어나는 건 장비 욕심. 추울 때 뛰니까 괜히 무릎도 더 아픈 것 같고, 집에 돌아오고 나니 허벅지가 아리다. 실제로도 몸이 굳어서 속도를 내기 보다는 천천히 내 몸의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달려야 한다. 그럼에도 계속 러닝을 하는 건 달리기가 주는 개운함이 너무 커서. 라디오를 들으며 달리기를 하면 그렇게 기분이 편안하다. 온전한 나만의 시간. 다들 이 기분을 느껴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