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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일기

지킬박사와 하이드씨

지금 이 순간.
지금 여기.
간절히 바라고 원했던 이 순간.

예전에 배우 홍광호 님이 열린음악회에서 지금이순간을 부르는 것을 보고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 자신이 그토록 바라는 것을 눈 앞에 두는 순간, 힘들게 하던 모든 것을 벗어던지고 하늘을 향해 절규하는 모습. 진심은 통한다고, 3분 남짓한 노래지만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매력이 있기에 이렇게나 사랑받을 수 있겠지. (https://youtu.be/0Ka971Yrroo)

그런데 ‘지금이순간’이 불리우는 상황은, ‘악’의 본성만을 깨울 수 있는 약을 개발하고 그걸 마시기 직전이다. 그걸 이제야 알았다. 10년 넘게 주기적으로 지금이순간 영상을 찾아봤는데, 이런 순간이었다니. 사랑의 세레나데인줄만 알았던 내가 안타깝다.

누구를 탓하랴. 그렇게도 유명한 소설인 지킬박사와 하이드씨를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전개였는데, 지킬박사는 자신의 욕망을 숨긴채 ‘훌륭한 어른인체’ 하며 살아가는 것에 답답함을 느꼈고, 그걸 해소하고자 인간의 본능을 연구하고, 그걸 드러내는 약을 만들고 스스로 실험체가 된다. 하이드가 된 자신이 저지르는 악행을 보고도 자신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양심의 가책을 덜어내고, 동시에 자신을 잃어가는 것을 두려워한다.

“지킬을 선택하면 절제의 불길 속에서 고통을 겪을테지만 하이드를 선택하면 그가 잃어버린 모든 것을 신경조차 쓰지 않을 것이다”
“절대 다수의 다른 동료 인간들에서처럼 나에게도 주사위는 던져졌고, 나는 더 선량한 쪽을 선택했지만 그 마음을 고수할 힘이 없는 것을 발견할 수밖에 없었다.”

프로이트는 인간의 성격구조를 여러가지 관점에서 보았는데, 그 중 하나가 구조적 이론이다. 인간의 마음을 이드(id), 자아(ego), 초자아(superego)로 나누어서 개념화했다. Id는 본능과 쾌락을 뜻하고, ego는 이드가 의식화되지 않도록 막는 중재자로 내부세계와 외부세계 사이에서 인간이 기능하도록 한다. Superego는 도덕과 양심인데 id와 ego 모두에게 영향을 준다. 쉽게 표현해보면 시험 전날 유튜브 보고 싶다는 생각이 id, 안돼 하는게 superego, 결국 닥쳐서 공부를 하는 모습이 ego라고 할 수 있겠다.

어떻게보면, 인간의 본성은 늘 억압받고 있다. 초자아는 어렸을 때 형성되기 때문에 사람마다 그 크기가 다른데, 지킬 박사는 초자아가 많이 발달해버린 사람이었나보다.

악플을 쓰는 사람 중에, 아니면 공공장소에서 음란 행위를 하는 사람, 그 외에 다양한 범죄에서 생각보다 고학력자의 비율이 높다고 한다. 앞에서는 자신의 악을 숨겨냈지만, 뒤에서는 마음껏 활개를 친 자들. 지킬 박사와 마찬가지로, 한 번 이성의 끈을 놓으면 그 후에는 걷잡을 수 없게 되는 것 같다.

가끔은, 아주 가끔은 왜 이성적으로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된다. 결국 늘, 종교에 대한 고민으로 돌아가는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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