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영화를 추천해달라고 하면 나는 항상 ‘오베라는 남자’를 말하곤 한다. 하지만 피드백이 오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나도 알고 있다. 영화의 포스터를 보고도 그 영화를 보기 까지에는 수많은 노력이 필요할 정도일테니까.

오베라는 남자는 누구보다 까칠했던 오베가 이웃을 통해 사랑을 깨달으면서 성장하는 스토리이다. 음, 막상 쓰고 보니 또 끌리는 스토리가 아닌 것 같긴 한데, 오베라는 캐릭터가 정말 매력적이고 다양한 ‘사랑’에 대해서 예쁘게 표현해서 인류애가 절로 쌓이는 영화다. 결국 사랑이고, 결국 인간이다, 라는 느낌이랄까. 아내 소냐의 웃음과 사랑을 보면 어바웃 타임의 레이첼 맥아담스를 떠올리게 된다.
오늘 본 영화는 꽤 예전부터 보고 싶어서 담아놓았던 영화인데, 다른 영화에 밀려 이제야 보게 되었다. 넷플릭스가 진짜 꾸준하게도 내가 찜해놨던 영화를 계속 피드에 올린 덕분이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원제는 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 오베와 비슷하게 이상한 포스터가 걸림돌이 된(?) 영화다.

주인공 월터는 폐간을 앞둔 잡지사 LIFE에서 16년간 근무한 포토 에디터다. 생계를 위해 열심히 달려온 월터, 그의 유일한 취미는 블록버스터 급으로 펼쳐지는 ‘공상’이다. 그러던 중, 월터는 마지막 호의 표지를 장식할 사진 ‘25번’을 잃어버리게 된다. 월터는 일단 집을 나서서 여행을 떠나게 되는데..!
현실에서 벗어나 떠난 여행 아닌 여행. 첫 목적지부터 무려 그린란드였다. 술이 잔뜩 취한 조종사가 모는 헬기를 타고, 바다에 뛰어내렸다가 상어와 싸우고,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의 연속이다. 영화의 전개가 드라마틱하다거나 예상치 못하게 펼쳐지는 건 아닌데, 주인공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그에게 도움을 주는 인물들이, 갑자기 나타난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이 이상하게 위안을 준다. 내가 베푸는 호의라는 게 언젠가 다른 데에서 나를 구해준다고 하는데, 결국 사람을 살게 하는 것은 세상의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사랑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찾아 헤맸던 사진은, 자기 자신이었다. 세상 모든 아름다운 것들을 찾아 헤매는 사진작가가 최고의 작품이라고 자신했던 사진. 일상에 치이고, 눈 앞의 일에 매달리다가 놓치고 말았던 자신의 모습은 일 앞에서 누구보다도 열정적이고, 한 장의 사진을 보고도 그 의미를 찾는 월터였다.
영화의 작품성이, 고뇌 끝에 존재하게 된 인간의 군상이라고 한다면 이 영화가 뛰어나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여러 국내 영화 사이트에서 월터, 그리고 오베 모두 평점이 8을 넘는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여운을 남겼다. 숀 오코넬이 the Beauty라고 말하면서 월터를 보는 그 눈빛은 힘들 때마다 이 영화를 다시 찾게 만드는 신 중 하나가 될 것 같다. 평범한 인생을 살면서도 누군가에게는, 가끔은 특별하고 싶은 마음.
월터는 여행을 떠난 후로 자기도 모르게 공상을 멈추게 된다. 여행은 생각보다 우리에게 더 많은 의미가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