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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일기

가십

오랜만에 친구들과의 대화.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가 건너 건너 아는 어떤 사람이 바람을 펴서 이혼을 했다는 그런 이야기. 심지어 아이가 있는데도 그런 일을 벌였단다.

물론, 당사자에게 직접 들은 게 아니라 ‘팩트 체크’가 되었는지는 확실치 않았다. 게다가 건너 건너 아는 사람이라고 쳐도 길을 지나가다가도 마주칠 일이 없는 사람이라 그냥 쉽게 말할 수 있는 가십거리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런 자극적인 이야기가 재밌는건, 어쩔 수 없는 건가?

그러다가 일과 사생활을 얼마나 분리할 수 있는가 생각이 들었다. 어제 우연히 라디오를 듣다가 에릭 클랩튼의 사생활이 그렇게 좋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는데, 친구의 와이프를 유혹해 결혼까지 했으면서 그 이후에 또 바람을 피고 다른 모델과 아이를 갖기까지 했다. 사실 단순히 친구를 질투해서 사랑없는 결혼을 했다고 본인이 밝히기도 했다. (현실판 부부의 세계..?) 하지만 Wonderful Tonight을 비롯해서 불의의 사고로 아들을 잃은 후 낸 ‘Tears in heaven’ 등.. 아직까지도 사랑받는 곡을 써낸, 전설적인 기타리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는 엘튼 존, 존 허트 등과 더불어 대영제국 3등급 훈장을 수여받았다.

만약에 우리나라였다면 가능할까? 때로는 자신의 능력보다 사생활이 더 중요하게 여겨질 때가 많은 것 같다. 근데 마구 비난할 수는 없는게, 나도 어느새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사회에서 용인이 되지 않는 잘못을 저지르는 사람은 응당 그 죗값을 치뤄야 한다고. 음주운전이나 도박을 하고도 잠깐의 자숙기간을 거친 후 다시 TV에 돌아오는 사람들을 향해 손가락질했다.

이런 저런 생각이 들면서도 그 기준을 정하기가 힘들다. 다들 먹고 살려고 하는 거고, 살다보면 실수를 할 수도 있지 않은가, 결국 다 사람인데. 다른 사람을 향한 잣대는 강하고, 나 스스로에게는 한없이 관대한 그런 사람이 될까 두렵다. 자기객관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하는데, 그게 정말로 객관적인 것인지 판단할 수 있는 척도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마지막에 떠오르는 말은, 입은 무겁게, 귀는 가볍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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