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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일기

너에게 닿기를

전화 좀 그만했으면 좋겠어
특히 너네 양화대교 지나갈 때
그래그래 그 노래 좋아해
근데 그 다리가 뭔 상관인데
- 자이언티 ‘complex’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노래가사를 보면 놀랄 때가 많다. 아이유 가사도 마찬가지인데, 이렇게까지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자신을 향해 있는 여러 시선들을 직면하고 있다. 작사 자체가 방어기제일 수 있지만, 그것을 세상에 보여주기 위해서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그런데, 그 이야기들이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건, 결국 사람들 모두가 공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를 하는 게 어렵다. 친구와 대화를 할 때는 아닌데, 여러 사람 앞에서 발표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되거나, 친구들도 여러 명이 있고, 나의 말에 집중하는 때면 여지없이 얼굴이 붉어진다. 정신의학적으로는 ‘사회공포증’에 가깝다.(아직 사회적 상황을 회피하거나 삶이 망가질 정도는 아니다) 대개는 누군가에게 평가를 받는 상황이 두려워 발병되는데, 나는 발표를 망칠까 두려운 건 아닌데, 심장 박동이 나 스스로 들릴 정도로 커지고 손발이 떨려서 힘이 든다. 발표의 경우 연습 부족이 원인일 것 같아 연습도 해보고 대본도 쓰고 해봤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일단 입을 여는 순간 바로 교감신경이 마구 항진되는 거다. 속 안에서 난리가 난다.

오늘 줌 미팅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글쓰기 챌린지를 함께 하는 분들과의 회의였는데, 내가 말할 순서가 될 때 즈음부터 심박수가 올라가고, 목부터 얼굴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해상도가 좋지 않아서 참 다행인 순간이었다. 저번 미팅에서는 두서 없이 너무 많은 말을 한 것 같아 후회를 했었는데, 이번에는 그게 걱정이 되었는지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더라. (사람이 중간이 없다.) 말이 앞뒤가 맞지 않거나, 허둥대며 새어나간 문장들을 찰떡같이 이해해준(그랬으면 좋겠는) 멤버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사회공포증의 치료로는 인지적 재구성법이 있다. 비합리적인 상황을 합리적, 체계적으로 재구성해 스스로 비합리적 사고를 합리적 사고로 바꾸는 과정이다. 타인에게 평가받을 것 같은 두려움, 자기 비하, 불안감 등의 여러 감정에서부터 비롯된 신체적 증상을 줄이게 된다. 말이 쉽지 사실 어려운 과정이다. 초등학교 때만 해도 손 들고 발표도 곧잘 했던 것 같은데, 언제부터 이런 증상이 생겼는지 모르겠다. 처음 느꼈던 사회적 공포 상황을 알게 되면 고칠 수 있을까 싶어 원인을 내게서 찾다가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들키고 싶지 않았던 여러 이벤트들이 떠오르고 말았다.

그래서 그만 두었다. 역시 치료는 어렵다. 오늘은 그냥, 피하지 않고 미팅에 참여한 나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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