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며칠 전이었다. 사람이 그립다고 한게. 근데 그 말 아무래도 취소해야겠다.
성적 발표가 되는 날이면 무엇이든 집중이 안된다. 별거 아니라고 머릿속에서는 생각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심장은 또 뛰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몸과 마음은 따로 존재하나보다.(?) 역시나 모든 과목의 성적이 뜨지 않았다. 매일 무슨 선물처럼 한 과목 씩 알려줄 건가 본데, 거참 미리 좀 해주지 뭘 또 숨기는지. 성적이 모두 투명한 것은 아니라는 의심 하에 나의 학점을 합리화했다. 사실 내가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게 객관적인 나를 향한 평가겠지 싶다. 그도 그럴게, 벌써 17번째 성적 발표다.
성적 발표 후에는 사람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정확히는 ‘답장’ 때문에. 모두들 주말에 푹 쉬고 월요일부터 활동을 시작하는지 오늘따라 몇 사람에게 연락이 왔다.하나는 교수님께서 시험 전에 식사 한 번 하자는 연락이었는데, 본집에 내려와 있어 상황이 난처했다. 거절하기에는 눈치 보이고, 그렇다고 참석하자니 나의 시간과 몸이 받쳐주지 않을 것 같고. 타인의 일에는 결정을 잘 내리면서 막상 나의 상황이 되면 패닉이다. 주변의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한 후에야 죄송하다는 답장을 보낼 수 있었다.(답은 이미 정해놓고 친구들을 통해 그 명분을 얻은 것 같기도.)
그리고, 아주 오랜만에, 몇 년만에 아는 후배에게서 연락이 왔다. 어지러운 시국에 연락을 주어서 너무 반갑고 고마웠는데, 문제는 선물이었다. 얼굴을 보지 못한지 벌써 시간이 오래되어 챙겨주지 못했는데, 선물을 받자니 미안했다. 전적대에서는 선-후배 관계를 크게 겪지 못했는데, 유독 수직관계가 심한 곳에 와서 사람과의 관계가 어려웠다. 그냥 친구처럼 지내는 사이라면 선물이 마냥 고마웠을텐데, 선배라는, 고작 해봐야 2년인 그 시간이 이상한 미안함을 심어주었다. 고민끝에 보낸 답장을 주변 사람들에게 또 확인했고, 혹여나 후배에게 상처를 주었을까 얼마나 걱정이 되던지..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나를 스쳐지나갔듯, 나의 의도치 않은 행동에 상처받거나 나를 미워하게 된 사람이라면 이미 연락이 끊어졌을텐데, 점점 더 행동이 조심스럽다. 비언어적 표현을 담기 힘든 카톡에서 나의 의도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난 단어들이 흘려나올까 두렵다.
오늘의 이 모든 힘듦이 다 호르몬 탓이라고 치부하고 싶다. 연락을 준 사람들의 응원만 고스란히 가지고 가고 나머지는 이 곳에 묻어둬야지.
오늘의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