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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병원을 선택하지 못하고 고민만 하다 시간을 보냈다. 잠을 청하려고 누워보았지만 침대에 눕기만 하면 눈이 더 또렷해지는 것이 아닌가. 심장 소리는 어찌나 큰지 가만히 있는데도 들렸다. 불안을 사라지게 하기 위해서는 왜 불안한지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답을 찾아야 한다기에 생각을 해보았지만, 생각할수록 마음은 더 불안해졌다. 왜 불안한 것인지 모르겠다는 마음이 더 나를 힘들게 했다. 화장실을 들락날락 하는 것도 여러 번, 요가 니드라 영상을 몇 번이고 반복 재생을 하고나서야 겨우 잠이 들었다. 오늘따라 창밖으로 들리는 앰뷸런스 소리가 더 선명하게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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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교 병원에 남을 것인가,
경쟁을 감수하고 떠날 것인가.
결전의 순간이 오고야 말았다.
자교에 남고 싶어하는 동기들이 모두 모여 무기명으로 성적을 공개했고, 원하는 과를 작성했다. 본인의 성격에 맞는 과를 선택하는데, 몇몇 인기있는 과에 몰렸다.흔히들 말하는 피안성 정재영(피부과 안과 성형외과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 그리고 마취통증의학과까지. 사람의 목숨이 달려있는 메이저 과(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를 지원하는 친구들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이런 현실이 안타깝지만, 그러면서도 나 또한 다른 과를 선택했기에 그 어떠한 말도 할 수가 없다.
모두가 불안한 상태였고, 다들 자신의 발톱을 드러내고 있었다. 사람마다 방어기제가 이렇게나 다를 수 있나 싶을 정도였는데, 자신의 성적을 부풀려서 말하거나, 이리 저리 재는 사람들, 숨기는 사람들 등 가면 뒤에 숨어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는 자신감이 떨어진 모습을 숨기지 못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그럴 필요가 없었다. 약한 모습을 보이면 사람들은 정말 약하다고 생각하고 무시한다. 알고 있었으면서 새삼 놀라웠다. 성적을 공개한 후에 달라진 나를 향한 태도들은 조금.. 서글프다.
다행히 나는 선택을 내릴 수 있었지만, 그러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어느 병원을 찾아봐도 지원율이 정원의 50%를 채운 병원이 몇 없다. 사실 아직 국가고시 합격 여부도 나오지 않은 상황이니, 모두의 불안이 극에 달한 것은 놀라울 것도 없다. 아무쪼록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상처받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오늘의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