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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일기

자 이제 시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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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주행 마지막 교육이 완료되었다. 어쩌다보니 3일 연솓 같은 강사님께 받게 되었는데, 살갑게 대해주셔서 참 감사했다. 다른 차들이 위험하게 끼어들거나 붙을 때 나보다 더 화내주셔서 감사했다. 노란 차고 여자여서 주눅 들었던 순간들이 많았다. 자격지심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렇게 느꼈다. 선생님이 옆에 타고 계신 것만으로도 좀 안심이 되었다.

도로 위는 총성 없는 전쟁터 같다. 눈치도 봐야하고, 누군가의 지시도 따라야 하고, 시야도 넓어야 한다. 지금까지 열심히 제식훈련을 받았고, 이제부터 진짜다. 마지막 관문인 도로 주행 시험이 남았는데 이건 조금 미뤄두어야 할 것 같다.

내일이면 OT를 받는다. 오늘 인턴 합격자 발표가 난 병원이 몇 군데 있는데, 떨어진 동기들을 듣고 나니 마음이 영 안 좋다. 출근하기 싫은데, 그런 생각도 함부로 할 수가 없다.

내가 너무 걱정이 된다. 누군가에게 직접 술기를 가해야 한다는 게 두렵다. 엊그제 채혈받느라 찔린 왼쪽 팔이 아직도 아픈데, 나도 누군가를 해하게 될까봐 마음을 놓이지 않는다.

오늘 마음가짐을 잡고자 집도 정리하고, 따듯한 차 한 잔과 책 한 권의 여유를 즐기고 싶었지만 홀린듯이 잠만 잤다. 아침에 건강검진 받을 때 문진해주신 의사 선생님이 야간 근무하는 사람들의 권장 수면 시간이 10시간이라고 하셨다. 아직 근무를 시작한 건 아니지만, 지금이라도 급하게 잠을 비축해두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었다. 사실 핑계고, 저녁을 좀 많이 먹었다.

새로운 시작은 원래 두려운 법이다. 지금까지 해온 나를 믿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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