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팡이의 2차 습격이 시작됐다. 이번엔 옷장이다. 우리 집 옷장은 붙박이장으로 가장자리에 붙어있다. 몇 주 전에 안 쪽에서 꺼낸 옷에 곰팡이가 발견되면서 옷을 죄다 빼놓기만 하고 정리를 못했는데 (집안일은 부지런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다) 오늘에서야 정리를 시작했더니 가관이었다. 옷장 벽에 콘센트 때문에 살짝 뚫려있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 안쪽으로 까맣게.. 아주 까맣게 곰팡이들이 살고 있었다. 옷장에서 냄새가 자꾸 나서 옷장 문을 열어놨더니, 문에 닿아있던 벽지에서도 파아란 곰팡이들이 자라고 있더라. 너무 절망적이었다. 현관문 쪽에 있는 곰팡이를 해결했더니 옷장은 더 했다. 그렇게 언니와 함께 옷 정리를 시작했다.
안쪽에 있던 옷들은 거의 소생이 불가한 옷들이 많았다. 냄새는 냄새대로 나고, 심지어 옷에서도 곰팡이를 발견하기도 했다. 옷장 관리를 잘 안하면 다 이렇게 되는 건가. 옷은 하나같이 축축하고 흐물흐물했다. 숨이 조금 붙어있는 친구들은 빨래하고, 버릴까 말까 고민했던 모든 옷들은 결국 버리기로 했다. 패션 피플들은 옷장 관리도 잘한다고 하던데, 여기서 나의 패션 센스가 드러나는 것인가. 하하. 급한 대로 신문지로 옷장을 채워 넣고, 옷 하나하나를 신문지로 돌돌 말아 정리했다. 먼지는 풀풀 날리지, 자꾸 재채기는 나지 여자 둘이 살다 보니 옷은 또 왜 이렇게 많던지. 하면서도 회의감이 들었다. 내가 하는 건 그냥 궁여지책이고. 근본적인 해결 자체는 되지 않을 건데. 집을 좀 더 자세히 알아보지 못한 나한테도 화가 나고, 이제와서 이사 갈 수는 없는 노릇이고. 대환 장파티다 정말.
속상해서 직방 어플로 주변 매물을 한 번 찾아보았는데 솔직히 이 동네, 좋은 집은 없는 것 같다. 나름 서울이라고 집값은 왜이렇게 비싼지.. 원룸이 1억 5천이라고 한다. 내년에는 정말 내 돈으로 집을 구해서 혼자 살아야만 할 텐데, 이 어마어마한 집값을 내가 해결할 위인이 될 수 있을까. 언니가 결혼해서 이사 나가면 나 혼자 이 지긋지긋한 곰팡이 소굴에서 잘 꾸리면서 살 수 있을지 고민이 된다. 뭐, 1년 살아온 만큼 남은 기간도 여차 저차 하면 다 지나가겠지만 이 꼴을 보고 나니 참 쉽지 않다. 사람이 참 간사하게도 좋을 때는 좋은 점만 찾아서 눈을 가리다가 어느 순간 나쁜 점이 보이면 공들였던 그 애정이라는 탑이 쉽게도 무너진다. 나는 그게 사람 간의 관계에만 있는 건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내 주변 모든 것들에 다 적용이 되더라! 애증의 집...😭 황금돼지꿈이라도 꾸고 싶다.